[오병상의 코멘터리] 인구절벽..절박하지만 무심한 위기
심각한 대형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무관심에 사태 악화
1.
‘큰 소리는 들리지 않고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는 노자 말씀처럼 진짜 중요한 뉴스는 슬그머니 지나가곤 합니다.
행정안전부가 3일 발표한 주민등록인구가 그렇습니다. 1970년 공식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줄었습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이를 ‘Dead Cross’라고 하더군요.
2.
죽음의 교차점을 지나면 인구절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절벽처럼 급속히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회전체가 굴러떨어지는 위기입니다.
인구절벽이란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입니다. ‘회색 코뿔소’란 뻔히 보이는데도 결국 당하고마는 대형 위기를 말합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남 얘기인듯 먼 얘기인듯 지나칩니다.
대형위기인만큼 대응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자각이 없으니 결국 위기가 닥치고서야 허둥지둥 대책을 내놓습니다. 효과가 없죠.
3.
우리나라 인구문제(저출산과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합니다.
첫째. 그동안 너무 무심했습니다.
둘째. 그러다보니 진짜 의미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셋째. 뒤늦게(2006년 이후) 부랴부랴 혈세 150조를 뿌리고도 사태는 더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구절벽이 더 빨리 들이닥쳤습니다.
4.
인구문제를 마치 박정희 시대 산아제한(둘만 낳아 잘 기르자)처럼 다루는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산아제한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83년 출산율 2.1이 깨졌는데도 계속 산아제한을 했습니다. 2.1은 대체출산율. 즉 인구를 유지하는 출산율입니다.
2005년 출산율 1.08이 되자 비로소 ‘많이 낳자’로 정책이 바뀝니다. 거대한 흐름을 바꾸기엔 이미 20년이나 늦었습니다.
5.
이후 세금 150조를 뿌렸는데..인구절벽이 들이닥쳤습니다.
지난달 출산율 높이기위한 5개년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200조를 더 쓰겠다고 합니다. 여전히 출산장려금과 양육비를 지원하는 돈뿌리기 중심입니다.
이미 150조를 사용해서 압니다. 저출산 문제가 그냥 돈뿌린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6.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부모가 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생존이 급하기에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고, 아이를 낳더라도 고생할 게 뻔하니까 더 안낳습니다.
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저출산 해결이 안됩니다. 실제로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7.
인구학자들은 시급한 대책으로 수도권 과밀해소를 꼽습니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니까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해소하자면 진짜 지방을 살기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와 좋은 교육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도시나 행정복합도시 등 그런 노력이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8.
보다 근본적으로 ‘행복한 삶’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져야 합니다.
그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와 집단에 가리워졌던 개인과 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요원합니다.
그러나 철 지난 산아제한 하느라 허송한 20년, 땜빵처방에 150조 뿌린 15년을 생각하면 늦지 않았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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