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장 "정부가 병상 확보했다는데, 우리 환자는 못가. 죽어가는데"
부천효플러스원장, 당국 강하게 비판
지난 12월 한 달 간 요양병원 14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996명이 감염됐고, 이 중 99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 9.94%에 달한다. 코로나 전체 치명률(1.53%)의 6.5배에 달한다.
요양병원 참사는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 이면을 보여준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요양병원의 집단감염과 사망이 줄을 잇자 정부가 허둥댔고, 올 들어 대책을 냈지만 이미 99명이 목숨을 잃은 후였다.
요양병원 방역 실패는 코호트 격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데 있다. 코호트는 동일집단을 말한다. 메르스, 코로나19 때 주로 병원과 요양원 같은 데에 흔히 사용한 방역 방식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점에서 병원 내 환자,의사, 간호사, 간병사 등을 동일집단으로 보고 바깥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안에서 감염을 해결하는 게 코호트 격리다.
코호트 격리를 제대로 하면 감염이 확산하지 않고 정리된다. 봄 코로나19 1차 유행 때 창원 등지에서 성공한 기법이다.
하지만 대구는 코호트 격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걸 제대로 적용할 여건이 안 돼 조기 소산(消散·흩어져 사라짐) 정책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대구광역시 김신우 감염병관리단장(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코호트 격리를 할 수 있는 확실한 환경이 안 되면 내부 교차감염을 유발한다. 인력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종사자가 감염병 지식이 있고 훈련돼 있어야 한다"며 "이런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코호트 관리를 잘 지키기 어려워 확진자를 빼서 다른 기관에서 관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요양병원들이 이런 조건을 충족한 데가 없다. 4일 현재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데는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이다. 이 병원 김모 원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방역 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코호트 격리가 시작됐는데 그날 오후에 부천시보건소 직원이랑 역학조사관이 와서 보더니 그대로 '올 스톱, 절대 이동하지 마라'고 했다. 양성 환자와 음성 환자가 섞여 있는데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결국 한 병실에 확진자 4명과 음성 환자 2명이 같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빼야 하는데 뺄 수도 없고 공간도 없었다. 빼려면 외부로 빼야하는데. 음성 환자만 모아서 병실을 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빈 병실이 여러 개 있으면 그렇게라도 할텐데 하나밖에 없어서 그렇게 못했다. 우리 스스로 할 수도 없고 보건소 지침도 일단 올 스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어디어디 병상 확보했다는데, 우리 환자는 못 갔다. 우리 환자는 죽어가는데…. 이 분 빨리 이송해야지, 시간 지체되면 늦는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코호트 격리의 부당함, 환자를 빼지 않는 보건 당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병상 대기 중 숨진 27명은 다른 데로 이송만 빨랐어도 80%는 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경우 의사·간호사는 말할 것 없고, 간병인도 대폭 줄었다. 코호트 격리 때 오프근무자, 자가격리를 택한 간병인, 격리 이후 확진된 인력 등 때문에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하다. 이 병원 최희찬 신경과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본 유람선보다 더한 일들이 요양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100여명의 간병사들이 감염이 두려워 병원을 떠났다. 기저귀 갈기, 식사 등의 돌봄 서비스를 간호사와 의사가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부천 효플러스병원은 지난달 11일, 구로미소들요양병원은 지난달 15일 코호트 격리된 이후 병원 안이 '바이러스 공장'이 됐다. 대구에서 실패한 코호트 격리 기법을 겨울 코로나 현장에 적용했다. 그리고 정부는 3일 요양병원 대책을 내놨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일 처음으로 긴급대응팀을 꾸려 광주광역시 요양병원으로 보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4일 브리핑에서 "광주의 해당 요양병원에 집단감염이 발생해 긴급현장대응팀 8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방역상황을 평가해 밀접접촉자 분리수용, 확진자 병상 확보·전원, 의료인력 지원과 종사자 감염관리 조치 등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집단감염이 시설 내에서 발생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4일 브리핑에서 10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전날 동부구치소와 요양병원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난 영향”이라며 “3주간 평균 확진자는 완만한 감소세가 일어나 전반적으로 3차 유행 관리가 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역 사회 감염이 아닌 요양병원이나 구치소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정부가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지역사회 무증상 감염이 늘고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등에서도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기석 교수는 “지난해 봄부터 병상이 없다고 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는데 무시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처가 안이하다고 지적한다.
천 교수는 “방역 당국이 골프장, 스키장 등 일부 집합금지 명령을 다시 풀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모호한 기준을 들이대면 혼란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원과 요양병원 종사자를 상대로 1주일 간격으로 전수검사를 한다고 했는데 환자들을 상대로 해야 한다. PCR 검사가 어렵다면 신속항원검사라도 주기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의료 체계가 대응할 수 있다'고 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대학병원서 일반 중환자 병상을 줄여가며 간신히 확충한 병상일 뿐 정상적인 의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요양병원 환자들을 전부 다 이송할 수 있는 병상이 있는 게 아니라면 병상이 충분하다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환자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과 낙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B·박근혜 측 "잘못 없는데 왜 사과? 사면 정치적 이용 말라"
- "교회서 예배드림~" 조혜련, 이시국에 인증샷 올렸다 삭제
- 변이엔 변칙으로 맞선다?···美선 '반토막 백신' 접종 검토
- 평화유지군·IAEA···유엔 '전설의 해결사' 어쿠트 하늘로 가다
- 정은경 "다음달 말 의료인·고령층 백신 우선 접종"
- '라임 의혹' 야당 정치인 딸 119 신고 뒤 투신···병원 치료중
- 문 대통령 고발한 이진숙 "시진핑 방한 탓에 초기 중국인 안막아"
- "사형폐지" 외친 바이든 취임 8일전 형 집행되는 사형수
- TK 대선 지지율 1위 윤석열…홍준표는 여권주자 이재명에도 밀려
- "3번 신고했는데 경찰 뭐했나" 정치권도 '정인아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