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김한 "금호아트홀은 제 집..상주음악가로 인정받아 기뻐"
7일 신년음악회부터 네 차례 무대..윤이상 곡·실내악·재즈까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5)이 금호아트홀 올해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올해 금호아트홀에서 네 차례 연주를 선보인다.
김한은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아트홀은 14년간 무수히 많은 연주를 했던 집 같은 곳이다." 김한은 11살이었던 2007년 금호 영재 콘서트 무대로 데뷔했다. 이후 수많은 무대에 오르며 금호아트홀과 오랜 인연을 쌓았다. "14년 동안 독주는 물론 많은 실내악 무대를 접했다. 금호아트홀에서의 연주를 통해 많은 음악계 선배들도 만나고 인맥을 쌓았다. 상주 음악가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이제 혼자 네 번의 공연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뜻깊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는 30세 미만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본인의 음악세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무대다. 상주음악가는 자신이 기획한 무대로 네 차례 관객들을 만난다. 2013년 시작돼 지금까지 모두 8명의 상주음악가가 탄생했다. 모두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 첼리스트였다. 관악 연주자는 김한이 처음이다. "첫 관악 연주자로서 관악기를 대중들이 좀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다."
김한의 첫 무대는 오는 7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다. 이어 6월3일, 10월7일, 12월30일 연주가 이어진다.
7일 신년음악회에서는 앙리 라보의 '솔로 드 콩쿠르', 칼 마리아 폰 베버의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 등 6곡을 연주한다.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는 김한이 클라리네티스트로서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이다. "데뷔 무대였던 2007년 금호 영재 콘서트에서 연주했고 여러 종류의 독주회가 있을 때마다 연주했던 곡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뜻깊은 곡이다."
6월3일에는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와 윤이상의 클라리넷 오중주 1번을 연주한다. "너무 좋아하는 곡들로만 채운 공연이다. 특히 모차르트 클라리넷 오중주는 4~5번 정도 연주를 했던 곡인데 연주할 때마다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만 있다. 윤이상의 곡은 들었을 때 가슴에 와 닿는게 있었다."
10월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브래넌 조, 피아니스트 박종해와 함께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연주한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잡혀 포로 수용소에 있을 때 작곡한 명곡이다. 윤이상의 '피리'도 연주한다. 김한은 처음 연주하지만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서양 악기로 표현한 한국 음악이지만 한국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한국의 정서가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 사람이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했을 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 확실히 알려주고 싶다."
12월 마지막 공연에서는 재즈 연주에 도전한다. 조지 거슈인, 레너드 번스타인과 같은 클래식 작곡가들의 재즈적 해석이 돋보이는 곡들을 연주하고 재즈 앙상블팀과 재즈 클라리넷 작품들도 연주한다. 김한은 "클래식 음악이 이미 악보가 완성된 곡을 연주하는 것이라면 재즈는 하얀 도화지 위에 조금씩 그려나가는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이라고 했다.
김한은 2019년 ARD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권위있는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만큼 2020년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거의 없었다.
"ARD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2020년에 연주 제안이 많았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예정된 공연의 90% 정도가 취소됐다. 온라인 연주회를 했지만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절실함은 더 커졌다. "음악이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산소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필품처럼 꼭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음악을 듣는 시간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잇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음악이어서 항상 필요하다고 느낀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 지휘자 리카르드 무티가 음악과 예술이 없으면 이런 상황에서는 더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이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 더 열심히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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