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가의 성경 묵상] 징계와 함께 주신 선물

전병선 2021. 1.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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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태초에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살았다. 그곳은 하나님이 주신, 풍요로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인간은 별다른 걱정 없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금단의 열매만 건드리지 않으면 인간의 인생은 순조로울 터였다.

그런데 인간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금단의 열매에 손을 댔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그 결과로 세 가지가 달라졌다. 벌거벗은 것이 부끄러워졌고, 출산이 고통이 되었으며, 땀을 흘려야 땅의 소산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낙원을 그리워하며 살게 되었다.

전통적으로는 에덴동산 이야기는 하나님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으로 해석되었다. 정신과학을 공부한 필자는 에덴동산 이야기가 주는 또 다른 상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금 더 도발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하나님께서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쫓아내실 때 에덴동산 밖에서 누릴 수 있는 선물을 함께 주셨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첫째, 벌거벗은 것이 부끄럽다는 의미는 성에 대해서 눈을 떴다는 의미다. 성을 알았다는 것은 예술을 알았다는 의미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성을 오로지 종족 번식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 반면 인간은 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인간은 성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을 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예술을 만들어낸다. 가장 큰 예가 르네상스 미술이다. 당시 미술가들은 인간의 벗은 몸을 그리고 조각하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의 완벽함을 찬양했다.

우리 집 강아지는 벗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예쁜 옷을 사서 입히면, 강아지는 답답해서 벗으려고 버둥댄다. 그리고 다시 벗겨놓으면, 신나서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강아지는 스스로가 벗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도 금단의 열매를 먹기 전에는 벌거벗은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우리 집 강아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벌거벗은 것이 부끄럽다고 인식한다는 것은 상대가 이성임을 인식하고, 상대가 나를 보는 관점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차원적 인지기능이다.

나는 과거에 소아정신과 의원을 운영한 적이 있다. 자녀가 야동을 보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들을 상담하곤 했다. 통계적으로 야동을 가급적 늦은 나이에 접하는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는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순종하는 아이들이 성공하기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님 말씀에 너무 순종한 나머지,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한 번도 야동을 안 본 아이가 있다고 치자. 그 아이는 정신과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때가 되면 부모가 정해 놓은 규율을 어기게 된다. 그것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는 아이가 자기가 그어놓은 선을 넘었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대견해해야 한다. 어쩌면, 인간이 금단의 열매를 먹었을 때, 하나님은 한편으로 “네가 이제 컸구나”라고 생각했을는지 모르겠다.

둘째, 출산의 고통은 좀 더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양육의 고통을 의미한다. 우리 아들이 신생아였을 시절, 육아의 노동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아이가 서너 살이 되니, 이번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고, 그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가 되니 이제는 공부 문제로 아이와 실랑이를 많이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시련을 겪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마음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아이가 아무런 심려를 끼치지 않고, 부모가 하라는 대로 성장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공부하라고 하면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오라고 하면 그렇게 한다면 어떨까?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 차라리 로봇을 하나 키우지. 내 뜻을 거역하고,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자기의 고집과 자아가 생겨나는 그런 아이를 키울 때 사람은 보람과 행복도 느낀다.

그것은 회사에서 만나는 부하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사장들끼리 모이면, “직원들이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사장들은 한마디 하면, 척척 알아듣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주는 직원들을 원한다. 그러나 막상 그런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은 창의성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정체된 조직이다. 제각기 개성을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성장하는 그런 직원들과 일할 때, 회사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옛말에 군자삼락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던가. 어쩌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출산의 고통을 갖게 되면서 한편으론 인재 양성의 즐거움을 주신 건 아닐까 싶다.

셋째, 땀을 흘려야 땅의 소산을 얻는다는 얘기는 성취감을 얘기한다. 과거에 정신과 의사로써 클리닉을 운영할 때 상담했던 내담자가 있었다. 젊고, 상당한 미모를 가진 여성분이었다. 부잣집에 시집갔고, 강남에 50평짜리 아파트를 유산으로 받았고,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분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남편을 두고 왜 불륜을 저지를까 궁금했었다. 그분은 너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얻었고, 더 인생에 목표가 없었던 것 같다. 무료한 인생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그분은 그것을 연애에서 찾고 있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큰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마약, 불륜 등으로 탈선하는 사례를 흔히 접한다. 보통사람들은 직장에 취직해서 첫 월급을 받고, 좋은 차를 사고, 내 집 마련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성취감을 그들은 잃어버렸다. 그리고 무료한 인생을 마약이나 불륜으로 채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재미는 성취감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많은 회사원은 언젠가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로망을 가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과거에 잘나간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닐 때, 동료들과 잡담하면 상당히 많은 주제가 창업에 관한 얘기였다. “카페를 차리면 어떨까?”, “나 이런 사업 하면 잘할 것 같아.” 그러나 대부분은 이런 소망을 얘기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안정된 월급과, 좋은 회사의 임직원이라는 지위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리후생을 포기하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창업이라는 것은 회사를 나와 허허벌판에 발가벗은 채 홀로 서는 것과 같은 두려운 일이다. 그것은 에덴동산을 나오는 것이다.

사람(아담)아, 네가 지금 어디 있느냐?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숨어 떨고 있는 우리에게 물으시는 하나님의 질문이다. 현재 너의 상황을 자각하라고 하신다. 보호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인지하고 용기를 내어 세상을 살아가라고 하신다. 하나님은 우리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지만 에덴동산 밖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예술의 즐거움, 사람을 키우는 보람, 땀을 흘려 얻는 진정한 성취감을 주신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5년 전 창업을 하고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지놈앤컴퍼니 대표다. 서울대 의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국 Duke 대학 MBA를 마치고 현재 지놈앤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다. 판교소망교회(김창준 목사)를 섬기고 있다. 이글은 정신과 의사가 벤처를 운영하면서 성경을 묵상한 내용이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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