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에 길을 묻다]"위기의 민주주의..지역·국가별 시스템 설계해야"

나주석 2021. 1.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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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연구 권위자 조지프 콜로머 교수
분노와 공포의 악순환 민주주의
직접·대의 민주주의 동시애 강화해야
국민들의 기대 채울 수 있는 능력있는 정부 필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많은 사람이 권위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낫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각각의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나 기후변화, 이민, 국제 테러,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무역, 금융 등 세계화와 관련된 주요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과거와 달리 현재의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게 됐고,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쳐 실망시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조지프 콜로머 교수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 조지프 콜로머 미 조지타운대 정치학 교수는 4일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화 시대 민주주의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이렇게 요약했다. 제도나 원리로서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모두 옳다고 여기지만 실제 운용이나 제도의 효율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가령 코로나19 대응이 대표적 예다.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강력한 통제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를 통제했지만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민주주의를 구현한 나라들의 경우에는 봉쇄 등의 극약처방을 동원했음에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방역 효과만으로 보면 오히려 권위주의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콜로머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문제만을 들어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위주의나 독재는 통제와 억압을 통해 유지되며 경제적 성장이나 공공재를 제공해 국민들의 소극적 동의나 묵인을 끌어낼 수 있는 구조"라면서 "경제적 위기나 영토 분쟁, 외국과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선거 등을 통해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할 수 있지만 중국과 같은 체제가 바뀌어야 하는 어려움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부의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는 결국 정치 체제 붕괴와 같은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위기 상황에서 더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역시 불안정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해 콜로머 교수는 저서 '민주주의와 세계화: 분노와 공포 그리고 희망'을 통해, 사회ㆍ경제적 변화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기대에 맞춰주지 못한 위정자와 법질서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감정은 결국 반대 세력의 정치적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화 등으로 야기된 개별 국가의 무능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이러한 무능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외부의 위협 등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 같은 공포의 감정은 분노의 감정을 완화시키거나 국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정치적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분노를 바깥으로 돌리기 위해 조장된 '공포'의 감정이 악순환하면서 국가는 '지속적인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위기 극복과 관련해 콜로머 교수는 "공적인 현안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층위와 규모에 맞도록 제도적 구조를 갖춰 지역 단위나 국가 단위, 글로벌 수준에서 민주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주의 국가가 직면한 무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대응 과제에 맞춰 다양한 수준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지역 단위의 민주주의의 경우에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지만 좀 더 복잡한 국가 단위의 이슈에서는 대의민주주의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문가들이 원칙에 따라 책임감 있게 국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19와 같은 현안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국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대의성은 강화하면서 개방성과 투명성 책임성이 반영된 전문가들의 국가경영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프 콜로머 교수는 누구?

조지프 콜로머 조지타운대 정치학 교수는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등에 관해 왕성한 연구를 진행한 학자다. 올해 그가 내놓은 '민주주의와 세계화: 분노와 공포 그리고 희망(Democracy and Globalization: Anger, Fear, and Hope )'은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4년 스페인 바로셀로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워싱턴DC 소재 조지타운대에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스페인, 에스토니아, 멕시코, 콜롬비아에서 선거 제도나 개헌 등에 대한 자문을 맡기도 했다.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에 관해 26종의 책을 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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