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국시, 공정한가

최대열 2021. 1. 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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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령을 고치겠다며 입법예고를 했다.

의료인 면허시험을 치르기 90일 이전에 공고하도록 돼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에선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휴학을 하고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 나아가 이를 두둔한 의료계 상당수의 잘잘못은 제쳐두더라도 복지부의 상황 판단과 대처는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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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시행령을 고치겠다며 입법예고를 했다. 의료인 면허시험을 치르기 90일 이전에 공고하도록 돼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에선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4일까지 받는다. 공휴일ㆍ주말을 빼면 의견 받는 기간은 이틀. 민주적으로 법령을 다듬으라고 예고기간을 적어도 40일을 주는 게 일반적인데 시급하다는 이유로 건너뛰었다.

복지부는 그간 의사 국가시험(국시) 처리문제를 묻는 질문에 국민 공감대, 즉 여론을 내세워 결정을 미뤄왔다. 공중보건의사를 비롯해 의료인 수급문제가 불거질 게 불보듯 뻔했으나 "계획이 있다"며 미적거렸다. 보건소ㆍ지소 업무를 조정해 '초유의 의사 태부족' 사태를 견디는 듯 하더니, 그게 아니라 원래 일년에 한 번 보는 시험을 두 차례로 나눠 보겠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시험을 거부한 이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시험 대상은 지난해 시험을 치르지 않은 이로 한정했다.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나 의사배출 불균형에 따른 현장의 혼선, 또 그로 인한 국민의 건강권 위협은 갑작스레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의대생 대다수가 시험을 거부했던 여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 역시 겨울철이면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고, 한 해 초년병 의사 3000명이 부족하면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뻔했다. 휴학을 하고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 나아가 이를 두둔한 의료계 상당수의 잘잘못은 제쳐두더라도 복지부의 상황 판단과 대처는 미흡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쏟아질 비판을 감수하며 결단을 내렸겠지만 기류는 심상치 않다. 다시 기회를 갖게 된 재응시 대상자 사이에선 공공분야 인턴을 늘리거나 불합격 시 1년6개월가량이 지난 내년 가을께나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준비기간을 막막해하는 이도 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어렵사리 지난해 시험을 치른 400여명의 의대생은 앞으로 폐쇄적인 의사집단 내에서 낙인 찍혀 따돌림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과정의 공정'은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강조했던 가치 가운데 하나다. 정부의 이번 결정 과정은 머리를 쥐어짰을 복지부 관리나 대형 병원을 돌려야 하는 의료계 일각에게는 공정했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이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의대생에겐 그렇지 않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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