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문재인의 한반도정책' 수정돼야
2021년 신축(辛丑)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에 새로운 다짐들을 한다. 새해의 다짐은 지난해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결기다. ‘문재인의 한반도정책’(통일부 홈페이지 참조)도 새로운 다짐이 절실해 보인다.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이란 대통령 자신의 이름을 딴 최초의 대북통일정책으로 ‘햇볕정책’과 ‘포용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이 정책들은 교역(접촉)을 통해 남북한 간의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일을 완성한다는 구도다.
이런 우아한(?) 구상의 논리는 점진적 단계적 접근을 통한 기능주의다. 문제는 가치와 체제가 다른 경우 정책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1970년대 동서 데탕트가 긴장을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실질적 평화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특히 이질적 가치와 체제가 75년 이상 지속된 남북한의 경우 기능주의가 적용될 공간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화해와 협력이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추진되면서 오히려 국격 훼손의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당초 화해협력정책은 북한의 전체주의적 속성을 변환시켜 북한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공간으로 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전체주의적 속성은 더욱 강화되었고, 오히려 북한의 사이비 민조공조와 평화공존에 휘둘리면서 북한에 동화·악용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현 정부의 과도한 친북적 정향이 ‘북한은 갑, 한국은 을’을 고착시키는 기현상을 자주 목격했다. 지난해 6월 김여정부부장이 대남정책의 전면에 등장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북전단금지를 요구하자 정부는 폭파엔 침묵으로 법 개정으로 화답(?)했다. 또한 지난해 9월 북한군에 의한 해양수산부공무원의 사살되는 끔찍한 사건을 자진월북으로 호도하고 북한 통지문 한쪽에 감읍하는 촌극도 보였다.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헌법정신은 사라졌고,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자유와 인권, 민주와 평화의 메시지 전달 통로를 차단해 인권후진국의 멍에를 쓰는 어리석음을 자초했다.
특히 대북전단금지는 북한주민들의 사상해방의 도구를 차단함으로써 비정상적 북한 행태가 더 지속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단금지법의 부당성이 지적되고 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실만 보아도 잘못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내외에서 부정적 평가는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이 수명을 다했다는 의미다. 즉 화해협력에 기반 한 대북·통일정책은 전면 수정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제 화해협력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위해 정책을 전환할 시점이다. 북한의 근원적 변화란 3대세습의 전체주의에서 인류보편의 가치를 수용하는 정상화의 과정이다. 근원적 변화의 공통적 발생 요인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서 생기는 대중의 불만 증대, 정부의 적자재정, 세금에 대한 불만, 특혜조치, 행정상의 분규와 혼란, 지식인의 이반(離反), 지배계급의 자신감 상실, 사회적 대립의 격화 등이다. 물론 독재국가는 근원적 변화의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이 국가들의 근원적 변화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이후 불가피하게 그 변화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이 북한이라고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이제 대북·통일정책의 초점은 대화냐 압박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지난해 북한이 고백한 경제적 3중고는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근원적 변화의 단초로 활용할 근거다. 따라서 개성공단재가동과 금강산관광재개가 북한의 근원적 변화와 연동된다는 점을 직시하고 화해·협력적 관점에서 접근은 금물이다. 또한 북중 간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공조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전단금지법의 독소조항을 대폭 수정해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위한 정신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만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존의 화해협력의 물질적 포용(engagement)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가치를 전달하는 정신적 확장(enlargement)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구축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전환을 기대해본다.
조영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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