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실효성 있을까요~

노승욱 2021. 1. 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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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고·자영업도 안전장치' VS '실업 개념 모호' 논란

정부가 2025년까지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예술인,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농·어민 등 현재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이들까지 모두 대상에 포함해 현재 1367만명 수준(2019년 기준)인 가입자를 2025년까지 210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나 자영업자는 실업 여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세부 계획도 미비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적잖다.

정부가 2025년까지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유지 등 세부 계획이 미비해 실효성 논란이 있다. <이승환 기자>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은

▷특고·자영업자도 실업급여 지급

국내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998년 42.9%에서 2019년 67%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덕분에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사회안전망 기능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지난해에도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2조1000억원을 들여 근로자 76만명의 고용안정을 지원하고 실업자 160만명에게 구직급여 10조9000억원을 지급해 생계 유지를 도왔다. 단,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큰 타격을 본 취약계층인 자영업자, 예술인, 특수고용직(이하 특고), 프리랜서 등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 이후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가 빠르게 늘어나며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가 최근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에 나선 배경이다.

가입 확대는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먼저 예술인은 이미 지난해 12월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편입됐다. 특고는 오는 7월, 플랫폼 종사자는 내년, 자영업자는 2023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을 2022년까지 1700만명, 2025년까지 210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험료 산정 기준은 근로 기간에서 소득을 중심으로 개편한다.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 확대 정책은 선진국도 적극 시행 중이라고 강조한다. 가령 프랑스는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문화·예술 단기 계약직 등 모든 취업자에게 고용보험이 당연적용된다. 보험료 명목으로 취업자는 일반사회기여금(사회보장세)을 1.7%포인트 인상한다. 근로자는 최대 2년간 기초일액(기존 평균 임금)의 57~75%, 자영업자는 최대 6개월간 실여급여로 월 800유로를 지급받는다. 영국도 모든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사회보험(고용보험 포함)에 당연가입된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보험료와 실업급여를 정액 납부·지급받고, 고소득 자영업자는 보험료는 소득에 비례 납부, 실업급여는 정액 지급받는다.

▶문제는 없나

▷특고 포함 시 2025년 176억원 적자

정부는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 올 상반기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 하반기까지 가입 방식을 논의하고 내년 하반기에 가서야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최근 배달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보험은 사업주가 여러 명이고 입직과 이직의 단기적 변동성이 높으며 업무 방식, 비즈니스 모델 등이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용보험 체계가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 특성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보험료 분담도 사업주와 종사자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적정하게 산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경영과 고용 불안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환경 변화로 인해 생겨날 전방위적 실업 충격은 고용보험만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만큼, 생계형 자영업자를 비롯해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운 취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별도의 공제제도나 민간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자 성격을 지닌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를 임금근로자를 전제로 한 기존 고용보험제도 틀에 어떻게 끼워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는 여러 사업자나 플랫폼에 걸쳐 단기간 일하는 경우가 많아 퇴사 개념이 불분명하다. 때문에 피보험자격 상실을 확인해줄 사업주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자영업자도 가게 이전이나 재창업을 위한 인계인수와 폐업의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추계정책토론회에서 근로자 수준으로 소득이 파악된다 해도 근로자의 비자발적 퇴직에 상응하는 자영업자의 실업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심지어 특고는 자영업자 폐업에 상응하는 무언가도 없다. 따라서 모든 취업자로 수급 조건과 수급액, 기간이 같은 고용보험제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특고 종사자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해당 비즈니스 모델에서 독립적인 수탁사업자로서 상대 사업주와의 계약과 업무 수행뿐 아니라 이직·전직까지도 자기결정권이 강한 비임금근로자다. 임금근로자를 전제로 비자발적 실업 등 사회적 위험 발생 시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고용보험법의 당초 목적과 맞지 않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재정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보험료 수입도 늘어나 당분간 안정적 재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친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7월 특고 고용보험이 시행될 경우 2025년 176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가 재발할 경우 막대한 고용보험 기금 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 기존 임금근로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임은 당연지사다.

상황이 이렇자 한쪽에서는 고용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욱 본부장은 “특고 종사자를 고용보험의 제도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실업에 대비한 보험료 납부와 실업급여 수급’이라는 큰 틀은 남기되, 특고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보험료 분담과 재정 운영, 당사자의 보험 가입 선택권 부여 등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도 “분명하게 사용자-근로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임금근로 이외 고용 형태에 있는 취업자에 대해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제도를 재설계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1호 (2021.01.06~2021.0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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