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애도 물결에 검찰도 살인죄 적용 다시 살핀다

조성필 2021. 1. 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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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6개월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이 부장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지난달 "장씨가 강한 충격을 가해 입양아인 정인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이 발생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유죄를 이끌어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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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유병돈 기자] 검찰이 '16개월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검찰은 이후 18일 동안 수사를 거쳐 양모인 장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적용한 혐의는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였다. 초동 대처 미흡으로 이미 수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경찰과 같은 결론을 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너무 소극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한 것 같다"란 말이 나왔다.

대한민국 우수 검사, 모험 대신 안정 택해

당시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여성ㆍ아동범죄조사부에서 맡았다. 수사 책임자는 이정우 부장검사였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업무유공 표창을 받은 우수 검사였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검으로 왔다. 이전까진 대구지검 김천지청 등 주로 한직에 머물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권·민생 중심의 형사부 검사 우대 기조 아래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그를 발탁했다.

이 부장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지난달 "장씨가 강한 충격을 가해 입양아인 정인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장씨가 장기간 학대로 정인양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미필적 고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이 발생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유죄를 이끌어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가 23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앞에서 입양 절차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16개월 정인이 학대 살인사건과 관련해 홀트아동복지회가 진행한 정인이의 입양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어 입양 절차에 공적 개입을 강화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정부에 요구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빗발치는 비난 여론… 공소장 변경 검토

살인의 고의 여부는 심리적 요인에 가깝다. 객관적 규명이 어려워 법정에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입증 여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ㆍ강력범죄전담부는 9살 아들을 여행가방 속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바 있다. 경찰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 혐의로 그를 법정에 세웠다. 해당 계모는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데 따른 비난 여론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이를 위해 지난달 전문 부검의에게 이 사건 재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감정 결과에 따라 살인 혐의를 적용한 별도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장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되면 형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만 징역 10~16년이다.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사형까지도 가능하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죄는 징역 6~10년 정도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3일 첫 재판… 민생 사건에 간부가 나올까

이 사건 첫 공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진행된다. 검찰 측은 공소장 변경 여부에 대한 의견을 이날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검사가 법정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은 수사팀 책임자가 직접 공소유지를 맡기도 한다. 다만 이 같은 민생 사건에 부장검사 이상 급 간부가 법정에 나온 사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정인양은 지난해 2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3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정인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정인양은 같은해 10월 눈을 감았다. 부검 결과 정인양의 췌장은 끊어져 있었고 소장과 대장의 장간막은 여러 곳이 찢어져 있었다. 신체 곳곳에 멍이 있었고 골절 흔적도 발견됐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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