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차인표'인데 차인표가 보이지 않는다?

강경루 2021. 1. 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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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타이틀이 '차인표'인데 차인표가 보이지 않는다.

1월 1일 2021년 넷플릭스 신작 스타트를 끊은 영화 '차인표' 얘기다.

웃음 포인트와 서사 모두 길을 잃어버린 이 영화는 차인표의 고군분투 만이 홀로 빛을 발한다.

이번 영화를 위한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로 "얼굴이 멸치처럼 됐다"는 차인표의 치열함이 쓰라리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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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넷플릭스 신작 '차인표'.. 차인표 연기 가리는 연출 아쉬워
영화 '차인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결론부터 말하면 타이틀이 ‘차인표’인데 차인표가 보이지 않는다. 코미디 영화인데 코미디도 보이지 않는다. 1월 1일 2021년 넷플릭스 신작 스타트를 끊은 영화 ‘차인표’ 얘기다. 웃음 포인트와 서사 모두 길을 잃어버린 이 영화는 차인표의 고군분투 만이 홀로 빛을 발한다.

‘차인표’ 얼개는 간단하다. 1990년대 청춘스타였던 차인표의 현재를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풀어냈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 살던 차인표는 등산하던 중 흙탕물에 넘어져 근처 고등학교 샤워실로 향한다. 하지만 갑작스레 건물이 무너져 꼼짝없이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극에는 배우 류승룡과 장항준 감독이 실명 출연하고 아내 신애라도 목소리로 등장해 반가움을 안긴다.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한 가운데서 빛나는 건 헌신에 가까운 차인표의 연기다. 차인표는 앞서 “마음에 있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이왕 이미지를 부술 거면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차인표’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왕년의 스타였고 지금도 남다른 스타성을 자랑하는 차인표는 기존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자신을 ‘한물 간 배우’로서 희화화한다. 대표 수식어인 젠틀함도 과감히 벗어던진 채 알몸 노출은 물론 깨알 같은 몸 개그와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를 곳곳에서 선보인다.

문제는 차인표의 이 같은 노력을 도드라지게 하지 못하는 스토리다. ‘20년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대스타의 이야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차인표가 밝은 화면 아래 등장하는 건 극 초반부 등산 장면이 거의 전부다. 건물에 갇힌다는 설정으로 차인표는 서사 중·후반부를 어두운 곳에서 독백으로 연기를 펼쳐나간다.

영화는 납작한 전개에 반전이라도 있길 바라는 관객의 기대 역시 저버린다. 이번 영화를 위한 혹독한 운동과 다이어트로 “얼굴이 멸치처럼 됐다”는 차인표의 치열함이 쓰라리게 느껴질 정도다. 차인표의 옆에서 감초 연기를 펼치는 매니저 역 조달환을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이 이야기를 공허하게 맴돈다. 우왕좌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웃음 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차인표를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서’에서 보여준 검지 제스처 등을 그가 처한 비극적 상황과 대비시켜 유머로 활용하지만, 관객은 아직 이야기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살짝 부족한 듯한 외연 속 풍성한 코미디를 B급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군데군데가 비어있다.

‘차인표’는 처음부터 차인표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라고 알려져 있다. 제작비는 일반 상업영화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십억원대 작은 영화이지만 차인표라는 배우를 이보다 다각도로 조명할 방법이 있었을 것만 같다. 그가 데뷔 29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전방위적으로 활약한 배우여서다. 이야기가 난해한 덕에 차인표가 배우의 삶을 대하는 진정성만큼은 깊게 느껴진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106분.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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