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때릴 날만 기다렸다, 中의 '디지털 위안화' 속내
「 증시 상장 무기한 연기, 반독점 조사, 투자지분 강제 매각…
」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과 모회사 알리바바에 가한 중국 금융당국의 조치다. 정부의 압박에 알리바바의 주가는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순자산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근까지 110억 달러(약 12조원) 가까이 폭락했다.
중국 정부가 앤트그룹과 알리바바에 공세를 취하는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론 마윈의 지난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 기조연설 때문이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혁신을 막고 있다는 마윈의 발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에 금융당국이 알리바바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분석이다.
하지만 내부엔 더 큰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위안화다. 중국은 국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만들어 유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엔 디지털 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흐름을 선도해, 궁극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의 자리를 ‘디지털 위안’으로 대체하겠다는 야심이 깔려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1~27일 총 2000만 위안(33억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장쑤성 쑤저우 시민 10만 명에게 200위안(3만3000원)씩 주고 소비행태를 보는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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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중국 정부의 잠재적 경쟁자
이런 중국 정부가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것이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블록체인 관련 특허 수가 2020년 4월 기준 2300개로 세계 1위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협업하기보다는 견제한다. 쑤저우 디지털 위안 실험에도 협업한 온라인 부문 e커머스는 업계 1위 알리바바가 아닌 2위 징둥닷컴이었다.
왜 그럴까. 전자결제로 큰 알리바바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알리페이로 대변되는 전자결제시장을 키워준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는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의 현금 없는 결제 서비스를 유통과 금융에 혁명을 일으키는 기술로 여겼다”며 “정부의 보호 속에 전자 결제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렇게 성장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위챗페이) 등이 전자결제 시장을 넘어 예금과 대출 등 중국 국영은행이 주관하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는 페이로 결제 후 남은 금액을 은행 계좌로 반환하지 않고 알리바바 계열사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余額寶)에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위어바오 펀드의 전체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2조5400억 위안(약 424조원)으로 중국 국영은행들이 보유한 일반 예금 규모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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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제에 이어 예금·대출까지 넘보는 '호랑이 새끼' 알리바바
은행이 하던 대출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소액 대출로 큰 앤트그룹은 중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성장했다. 닛케이는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텐센트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영역에서 확장되면 중국의 금융 정책은 효과를 잃고 기존 은행 및 증권도 위험에 빠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로선 e커머스에서 시작해 핀테크와 블록체인의 거물이 된 알리바바를 보면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윈의 10월 와이탄 연설은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그렇기에 중국 당국은 디지털 위안화 같은 첨단 금융 영역 분야에선 알리바바 같은 민간기업에 주도권을 내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방편으로 각종 규제를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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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디지털 위안화로 정부 중심 결제시장 재편 노려
디지털 위안화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민간 전자결제 시스템의 힘을 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자결제는 소비자가 가진 은행의 예금을 중개해 판매자에게 전달해주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그 자체가 ‘현금’인 디지털 위안화는 중개가 필요없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주위 사람에게 전송할 수 있다. 야오첸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과학기술감독국장이 “디지털 화폐 지불 시스템은 다른 어떤 중개 기능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이유다.
결국 중국 당국의 알리바바 때리기는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민간기업이 장악한 전자결제 시장을 정부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닛케이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정부와 기업 간의 줄다리기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며 “알리바바 제국에도 이러한 역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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