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에 400마리 개로 알박기? 남양주 개농장의 실체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 가림막도 없는 철창에 갇혀 사는 개들. 4~5마리가 좁은 뜬장(바닥에 구멍이 뚫린 철창) 속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삽니다.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외면해서도 안 되는 식용견 농장의 현실인데요. 이런 개농장들이 서울 근교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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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철창서 떨고 있는 400마리 개들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 이곳은 경기 남양주시의 왕숙지구인데요. 현재 개발 중인 3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저희는 최근 이곳에 무려 400마리가 넘는 식용견을 불법으로 키우는 개농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요. 실종된 강아지를 찾던 김 모 씨는 지난달 26일 수소문 끝에 풀어놓은 개들을 데리고 간다는 개농장을 찾아갔는데요. 그는 개농장 내부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 강아지만 찾으려고 경찰이랑 동행해서 들어갔거든요.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강아지 도살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15~20㎝ 정도 되는 강아지를 반 토막 내서 통째로 삶은 거 같더라고요. 그냥 털도 다 그대로였어요.” - 제보자 김 씨
동물보호단체인 세이브코리안독스가 공개한 개농장 내부 영상을 보니 낡고 좁은 철창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안에는 개들이 4~5마리씩 갇혀 있는데요. 개에게 먹이는 음식물 쓰레기도 보이고요. 이날 서울의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추웠는데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는데도 사람들이 다가가자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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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소식에 보상금 노리고 개체수 늘려
곧 개발될 신도시 부지에서 이렇게 많은 개를 키우는 이유는 뭘까요?
요즘 들어 식용견 농장은 점차 문을 닫는 추세인데요. 개식용 문화가 점점 사라지면서 식용견의 가격도 그만큼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개발이 예정된 땅에 개농장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닭·돼지처럼 식용견도 가축으로 취급해 개체 수에 따라 토지주택공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농장주가 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 개농장은 재작년에 폐쇄 직전까지 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 지역이 그린벨트에서 풀리고 3기 신도시로 편입되면서 다시 개체 수를 늘리기 시작했고, 버려진 개들까지 데려왔습니다. 지금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을 포함해 400마리 넘는 개들이 있다고 합니다.
최은영 세이브코리안독스 이사는 “비닐 가림막도 없어서 개들이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데다가 좁은 철창에 여러 마리를 가둬놓으면 개들끼리 싸우고 다칠 위험도 크다”며 “인간의 돈벌이를 위해 개들이 알박기로 이용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개농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몇 년째 이어졌고, 남양주시청에서도 불법건축물 등으로 여러 차례 고발과 과태료 처분까지 내렸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당장 농장을 강제철거하고 개들을 구조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김병준 남양주시청 동물복지과 팀장은 “동물보호법이 너무 약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며 “분뇨처리 위반 등을 최대한 확인하고 행정 처분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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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으로 구조된 4마리…보호소 거쳐 해외입양
농장주가 보상을 받는다 해도 개들이 살아남는 건 아닙니다. 이른바 ‘알박기’에 동원된 개들은 보상이 끝나면 도살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세이브코리안독스는 농장주를 설득한 끝에 강아지 4마리를 어렵게 구조했는데요. 물건을 취급하듯이 뜬장에서 강아지를 꺼내 케이지로 던지는 농장주. 기적적으로 구조된 강아지들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에 보호소에서 지내면서 해외입양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조되지 못한 수백 마리의 개들은 지금도 추위에 떨면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들을 구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천권필 기자, 이수민 인턴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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