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넘치는데 자산가격만 상승..올해 인플레냐 디플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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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돈풀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다.
대면접촉 제한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요인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유통은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경기 활력을 잃는 디플레이션 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만 오르며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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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정부 돈풀기에도 물가 제자리 걸음
화폐가치 떨어지며 인플레이션 우려 목소리도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돈풀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다. 대면접촉 제한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요인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유통은 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경기 활력을 잃는 디플레이션 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만 오르며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이 지난 12월31일 발표한 '(2020년)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년=100)로 전년대비 0.5% 상승에 그치며, 2019년 0.4%에 이어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을 비롯해 2015년(0.7%), 2019년(0.4%) 등 네 차례 뿐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7% 상승에 그치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3%) 이후 21년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4% 상승했다. 이 역시 1999년(-0.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루 전인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소비 부진이 감지된다. 11월 소비는 전월대비 0.9% 줄며 전달(-1.0%)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5%가 뒷걸음쳐 10월(-0.1%)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올해 경기의 흐름이 어느 방향을 향하게 될 지 여부는 사실상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 안팎을 오가는 최근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 초에도 소비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정부가 돈을 전례없이 많이 풀었음에도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에 경기, 소비가 위축되면서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주식 시장들에만 쏠리고 내수 시장에선 돈이 안 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물가의 관건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0%대의 저물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추세로 미뤄 봤을 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어떠한 물건도 살 기운이 없어 자꾸 뒷걸음만 친다는 의미"라면서 "그러나 현재 한쪽(주식, 부동산)에서는 자산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자산가격의 디플레이션은 없고 물가만 상승하지 않는다면 이는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해 우울한 예측을 하고있기 때문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디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자산가격 하락도 함께 예측해 자산 매입을 주춤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히려 내년에 공급 요인의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면서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자산가격이 뛰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세게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그보다는 덜 하겠지만,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이 크다. 수요측 요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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