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기술 AI, 정책입안자는 속도 못 따라가"..제임스 맥간 TTCSP 원장 인터뷰

박민제 2021. 1.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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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글로벌 싱크탱크에게 묻다④

한국 정부는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해 데이터·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산업을 혁신하겠다고 한다. '한국판 뉴딜'이다. 그러나 창업 현장에선 기존 규제부터 먼저 풀어달라고 호소한다. 정부는 스타트업의 생리를 잘 모르고 스타트업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혁신 기업을 다수 배출한 선진국에선 그 간극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전문가 집단이 탄탄하다. 싱크탱크(Think Tank)로 불리는 민·관 연구소들이다. 정책·기술·산업혁신을 두루 연구하는 글로벌 싱크탱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다.

중앙일보는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34) 파트너가 글로벌 싱크탱크 수장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연재한다.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인 박 파트너는 2020년 미국 아이젠하워 펠로우십 국제교육 프로그램에 전 세계 중견 리더 25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20여 명의 펠로우에게 주요 싱크탱크 석학과 교류하고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리즈 마지막인 4회 인터뷰는 제임스 맥간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The Think Tanks and Civil Societies Program) 연구원장과 진행했다.〈편집자주〉

제임스 맥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산하 TTCSP 원장. [사진 알토스벤처스]


미국 펜실베니아대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The Think Tanks and Civil Societies Program) 연구소는 ‘싱크탱크들의 싱크탱크’라 불린다. 2006년부터 매년 전 세계 싱크탱크의 경쟁력을 평가해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어서다. 8000곳이 넘는 글로벌 싱크탱크의 사회적 위상, 연구역량, 성과확산, 미디어 인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이 보고서는 매년 글로벌 싱크탱크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다릴만큼 영향력이 크다.

TTCSP 창립자인 제임스 맥간(James McGann) 연구원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싱크탱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맥간 원장은 월드뱅크, 유엔, 빌 게이츠 재단 등 다양한 기관의 자문역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싱크탱크가 관심 가져야 할 핵심 아젠다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Q : 파괴적 기술에 대한 대응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A : 최근 연례 보고서에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패러다임 근간을 흔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 영향력이 산업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각 영역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전무후무한 상황까지 겹쳐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리 잡힌 세계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기존 제도와 새로운 변화가 충돌하면서 일, 교육, 그리고 우리 일상 생활까지 재정의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 더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파괴적 기술 중 대표적인 게 AI 기술이다. 그런데 각국 정책입안자들이 이런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싱크탱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Q : AI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A : AI 기술은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다. 각국 정부가 이를 이해하고 파급효과를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데 다른 기술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또 AI는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건설·운송·금융 등 각국 주요 산업과 필수적으로 융합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이해하기는 어렵고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큰 기술분야다. 그래서 정책과 AI 기술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브루킹스연구소, 어반연구소와 같은 주요 싱크탱크는 관련 연구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TTCSP도 올해부터 싱크탱크 연례보고서에 AI 분야를 새롭게 추가했다.

Q : 아시아 지역 싱크탱크는 어떻게 평가하나.
A : 상대적으로 싱크탱크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 비해 독립적 연구기관이 부족하다. 외부 자금 부족, 정부의 영향력, 인적자본의 한계 등으로 독립적 기관보다는 정부기관, 대학 중심으로 싱크탱크가 형성된 경우가 많아서다. 개인적으로 향후 아시아에서 싱크탱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십 수년간 아시아 국가의 비약적 발전으로 정책입안자들이 다뤄야 할 사안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정책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필수적이다.

제임스 맥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산하 TTCSP 원장. [사진 알토스벤처스]

Q : 독립적 싱크탱크가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A :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선 재원 기반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양에는 “돈 낸 사람이 피리 부는 자의 곡목을 정할 수 있다.(He who pays the piper calls the tune)”라는 말이 있다. 재원이 특정한 개인, 단체에 한정되면 싱크탱크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 싱크탱크 내 연구 독립성, 품질 수준을 자가진단하기 위한 정책과 절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공공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는 것이 장려되고 토론의 가치가 인정되는 문화적 환경이 필수적이다.

Q : 한국은 어떤가.
A : 상대적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한 싱크탱크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 산하기관이다. 일부 대기업 산하 연구기관이 존재하지만, 그들 또한 경제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같이 정부산하 연구소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KDI와 KIEP는 2019년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각각 19위, 32위를 차지했다) 대기업 산하 아산정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경제·외교·정치분야 외에 싱크탱크 역할이 필요한 분야들이 여전히 비어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사회·교육분야가 그렇다. AI분야도 마찬가지다.

Q : 기술 발전으로 정보 습득이 쉬워진 만큼 싱크탱크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A : 싱크탱크가 조만간 존재론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10년 내내 말했다. 물론 그 계기가 코로나19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나는 30% 이상의 싱크탱크가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발전은 싱크탱크에게 위기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머신러닝을 통한 데이터분석 등 기술을 활용해 예전보다 더 발 빠르게 균형 잡힌 연구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또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해의 여지 없이 적시에(at the right time), 정확한 상대에게(in the hands), 가장 적합한 형태로(in the right form)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싱크탱크에서 싱크 앤 두 탱크 (Think and Do Tank)가 돼야 한다. 즉 실제 정책입안자, 미디어, 대중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되고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정리=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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