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서울시장 '당락의 키' 움켜쥔 오후 6~8시 '퇴근길 투표'

류정민 2021. 1.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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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후 6시 이후 투표율 8.7% 포인트 상승..오후 7시 이후 집중 투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지난해 4월 제21대 총선 당시 서울 유권자 숫자는 847만7244명이다. 서울의 유권자수는 경기도보다 적지만 ‘정치 1번지’라는 위상은 여전하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서울 승리 여부는 전체 승패와 연결될 정도로 중요하다. 보수정당은 2011년 서울시장 자리를 내준 뒤 10년 가까이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4월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어떨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탈환의 기회이다. 더불어민주당에도 중요한 선거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자리를 내준다면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에서 역대 투표율을 분석해보면 통상적으로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농촌 지역과 비교할 때 투표율이 낮은 게 일반적이다. 농촌이 많은 광역자치단체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 투표율은 낮다는 의미다.

보궐선거는 임시 공휴일에 치르는 선거와 비교할 때 투표율이 더 낮다. 보궐선거는 평일에 치른다. 4월7일은 수요일이다. 오전 6시부터 투표가 시작되는데 직장인 다수는 출근 부담 때문에 아침에 투표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보궐선거는 직장인보다는 노년층 지지가 강한 정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여야가 사활을 걸고 격돌하는 보궐선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궐선거는 20~30%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선거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투표율 흥행을 기록할 때도 있다.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당시 투표율은 48.6%에 달했다. 임시공휴일이었던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49.8%로 집계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높았던 이유는 선거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이듬해(2012년) 열릴 예정이었던 대선의 전초전으로 인식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10·26 재보선에서 주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밀렸다. 승리라고 말하기에는 어색한 장면이다. 실제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당시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것은 상대 후보 쪽(무소속 박원순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반선거와 보궐선거는 투표시간이 다르다. 지난해 4월 제21대 총선 투표 당시 마감 시간은 오후 6시였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다. 오후 6시가 되면 투표가 마감되고 주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하지만 보궐선거는 오후 6시 이후에도 투표가 진행된다. 공식적으로 오후 8시까지가 투표 마감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 6시에서 8시까지의 시간은 직장인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이다.

오후 8시는 늦은 시간에 퇴근하거나 집이 먼 직장인 일부를 제외한다면 귀가해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에서 이 시간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투표 참여 인원이 쏟아지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투표율 변화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오후 6시 39.9%에 머물렀던 투표율은 오후 8시가 되자 48.6%로 8.7%포인트나 증가했다.

30%대에 머무를 위기에 처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50% 가깝게 치솟았다. 선거 당일 오후 시간당 2~3% 정도씩 올랐던 투표율은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에 5.7% 포인트나 급증했다. 이 시간대에 투표 참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변수는 사전 투표제 시행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사전투표 제도가 없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본격적으로 도입됐던 사전투표제는 이제 정착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서울 유권자 27%가 사전투표를 통해 선거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인원을 고려한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의 투표 참여 인원은 2011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정치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박빙으로 전개된다면 오후 6시에서 8시까지의 막판 투표 행렬이 판세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여야는 이 시간대에 지지층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는 후보는 ‘굳히기 작전’을 위해, 뒤지는 후보는 ‘뒤집기 한판’을 위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퇴근 길 2시간 동안 남은 역량을 총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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