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측 "미리 들었다" vs 김종인 "못 들었다"..이낙연 사면론 '술렁'

천금주 2021. 1.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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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꺼내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이 대표의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에 미리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밝히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청와대는 건의하면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새해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께(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신축년 신년사에서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고 최선을 다해 전진과 통합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본인을 정치에 입문시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하며 제시한 ‘화해’와 ‘국민통합’ 논리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기 전 이낙연 대표가 우리 측 인사와 통화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는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이 전 대통령 측에 미리 전달됐다는 주장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은 이 대표 발언의 진의를 놓고 내부회의도 열렸다고 전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인사는 “환영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최종 선고가 오는 14일로 예고돼 곧 사면 요건을 갖추게 된다”고 했다.

야당 '환영'과 '경계' 사이

이를 두고 야권 지도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나 사면 건의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다”라며 “지난번에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오후 여야 지도부가 18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이때 사면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사면 관련 내용을 사전에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야당 지도부는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이 여권 내에서 서로 조율돼 나온 이야기라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단순한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 사면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며 “문 대통령의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갑자기 왜?” 반발한 정의당·여당

여권에선 우상호, 정청래 의원이 반대 의사를 드러냈고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원 게시판에도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원들의 게시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두 가지 이유로 반대한다. 첫 번째,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다. 두 번째,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과 사법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 데다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사법적 정의는 사법적 정의대로 인정되고, 촛불 국민의 뜻은 국민의 뜻대로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5가지 이유를 들어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다. 가해자들이 진정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다. 용서하자’라고 국민적 합의가 됐을 때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그럴 때 국민통합도 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재판이 끝나지 않음 ▲두 전직 대통령이 국민께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이 없음 ▲촛불 국민이 아직도 용서하지 않고 있음 ▲사면은 특정인이 제기한다고 되는 게 아님 ▲적폐청산 작업을 할 때 등을 들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갑자기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다. 심히 유감”이라며 “결론적으로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전혀 옳지 않을뿐더러 불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은 그들이 주도한 크나큰 범죄를 사면하자는 것이고, 그 범죄를 실행한 하수인들에게도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님, 박근혜를 사면하면 최순실은 어떻게 하시겠나. 박근혜를 사면하면서 최순실은 용서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을 사면하면서 국정원 댓글 공작 범죄자 원세훈은 풀어주지 않을 방법이 있나”라며 “범죄의 총 책임자를 풀어주면서 그 하수인들은 가둬두겠다면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권력자에게만 관대한 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불의한 것은 불의한 것이다. 이낙연 대표께서는 입장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건의가 이뤄지면 논의하겠다”

청와대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신중한 태도를 보여 사전 물밑 교감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건의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로 건의가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낙연 대표가 일정 부분 문 대통령과 교감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과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이 자리에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후임을 내정하고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을 교체하며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조와 맞물려 전략적으로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늦어도 3·1절 전에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민주당 안팎에선 사면까지 가기 위해선 전직 대통령들의 대국민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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