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20만원으로 사는 300명..완주군, 예술인 구하기 나섰다

김준희 2021. 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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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위기 문화인력 지원 전국 첫 조례
코로나19 덮쳐 공연·전시 취소·연기
"지역 문화계 기반 붕괴될 것" 우려
완주군이 지난 10월 8일 완주문화예술회관에서 '문화예술도 안전하게 지속하기'라는 주제로 비대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600명 중 절반 연수입 120만원 이하"
전북 완주군에 있는 문화·예술 종사자 약 600명 중 절반가량은 1년 수입이 120만원도 안 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쳐 공연·전시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돼 "지역 문화계 기반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완주군이 취약한 지역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완주군은 31일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속수무책인 지역 문화 인력을 구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완주군 지역문화계 재난위기 구호와 활동 안전망 구축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총 8조로 구성된 조례에는 ▶지역 문화계 창작환경 등에 대한 실태 조사 3년마다 실시 ▶문화·예술인 경력정보 시스템 구축과 운영 ▶위원장 1명 포함 15명 이내 '지역문화활동 안전협의회' 구성 ▶지역문화계 재난위기 구호 등 위한 '완주문화안전기금' 설치 ▶코로나19 등 재난위기 시 지역문화계 긴급구호 및 지원 등이 담겼다.

완주군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문화계 피해 상황을 진단하고 의견을 모으는 토론을 거쳐 조례안을 확정했다. 문화·예술인들은 "당장 전기세 낼 돈도 없다"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이들을 지원해 온 문화도시지원센터·완주문화재단·완주미디어센터 등도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 인력의 생계유지를 위한 긴급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조례안은 유의식 완주군의원(삼례-이서)이 대표 발의했다.

완주군이 지난 10월 8일 완주문화예술회관에서 '문화예술도 안전하게 지속하기'라는 주제로 비대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진행한 예술인 실태 조사 결과 국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는 약 120만 명에 이르고 연간 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1281만원 수준이다. 완주군에 따르면 완주 지역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 약 600명 가운데 연간 평균 활동 수입 120만원 이하가 46.0%, 120만~600만원 19.2%, 600만~1200만원 6.2% 등 격차가 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각종 공연과 전시, 문화예술 교육 사업 등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돼 1인 사업체, 파트타임·시간제, 일용직 신분인 문화 인력 대다수가 일감과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휴직이나 실직 위기에 놓인 고용 취약 예술인이 전국적으로 3만1000~7만9000명, 실직 상태에 직면하게 될 프리랜서 예술인도 5만1000~12만9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문화·예술인은 기업에 고용되지 않은 이른바 '프로젝트형 프리랜서' 비율이 72.5%로 높다. 이들은 노동자의 법적 권리인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없다고 완주군은 전했다. 계약서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행사 개최나 출연 약속도 명확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이 많다고 한다.

완주 지역 문화·예술인과 활동가들이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박성일 완주군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역의 문화적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며 "지역의 문화 인력이 직접 제안해 행정과 의회가 공감했고, 300일 넘게 주민들이 토론하고 제안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례가 시민 거버넌스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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