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문화 공간②] 코로나19, 벼랑 끝에 내몰린 독립예술영화관

박정선 2021. 1. 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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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등 7개 지점 영업 중단
상상마당 시네마, 영화사업부 해체 여부 둔 갈등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는 의미 있는 문화 공간들을 다수 빼앗아 갔다. 공연장과 영화관, 대학로 소극장들까지 하나, 둘 들려오는 폐관 소식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랜 기간 대중과 함께 했던 문화 공간들이 사라지게 된 과정과, 이들 공간이 가진 의미를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CJ CGV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화산업의 최전선인 극장이 무너지고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조차 매출 추락을 버티지 못하고 휴업에 돌입했다. 가뜩이나 극장 운영이 힘에 부쳤던 독립예술영화관은 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전국 주요 독립예술 전용관을 중심으로 문을 닫거나 임시 휴관했고, 지역 작은 영화관들도 벼랑 끝에 내몰렸다.


CGV는 CGV대학로·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광구금남로·연수역·등촌·대구아카데미·홍성 등 손실이 큰 지점 7곳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이에 앞서 CGV는 3년 내 전국 119개 직영점 중 30%에 해당하는 35~40곳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70% 이상 감소하면서, 임차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 증가, 판관비 절감 한계로 인해 매월 약 150억 규모의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년 동안 전국 100여개 직영관 중 20여개 지점을 단계적으로 문을 닫게 된다.


CJ CGV는 “생존을 위한 극단의 자구책을 마련해 실행한다. 자구책에는 높은 고정비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임차료 인하 및 상영관 감축, 탄력 운영제 실시, 비효율 사업에 대한 재검토 등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객 회복세가 급격하게 꺾이고, 3분기 실적도 당초 기대보다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차료 절감을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업을 종료한 CGV 7곳 지점 중 독립예술영화관인 아트하우스관이 포함된 지점이 2곳이나 된다. 대학로와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아트하우스관이 특화된 곳이다. 특히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5개관이 모두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되는 곳으로, 이들 영화의 상영 기회가 박탈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CGV는 명동CGV 중 2개관을 아트하우스관으로 편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이 특화된 홍대에서 문화 명소로 불리는 케이티앤지(KT&G) 상상마당 안 영화관 ‘상상마당 시네마’의 휴관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케이티앤지가 문화공헌사업의 하나로 2007년 상상마당을 개관할 때 만든 상상마당 시네마는 단순한 영화관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영화사업부를 만들어 독립예술영화 제작·배급·상영을 해왔고, 음악영화제, 단편영화제 등 기획전도 꾸준히 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휴관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말 KT&G상상마당 영화사업이 종료될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을 통해 영화를 배급한 감독 등 18명은 지난해 10월 말 “상상마당 시네마와 영화사업부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에 케이티앤지는 의견문을 통해 “상상마당 시네마는 문을 닫지 않는다. 더 좋은 공간과 콘텐츠로 지원할 방안을 고민하며 재정비 차원에서 공간(운영)을 임시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KT&G는 영화사업부 인력을 대행사인 컴퍼니에스에스를 통해 간접고용하고 있다. 영화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소속 직원은 올해까지 근무하고, 일부 직원이 남아 기존 배급작 관리를 맡는다. 이에 감독 18명은 지난해 11월 두 번째 성명을 내고 “영화관만 남고 영화사업부의 직원들이 사라지는 건 의미가 없다”고 호소했다. 상상마당이 이윤추구가 아닌, 상생 방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KT&G 관계자는 "영화사업 관련 신규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신규업체 입찰을 진행할 때 기존 영화사업 관련 인력 활용을 제안하는 등 신규업체와 기존 운영진들의 노하우가 적절히 조화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각 지역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했던 작은영화관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았다. 한 예로 지난 2016년 8월 문을 연 삼척 가람영화관은 2개의 상영관 184석의 작은 규모지만 코로나 상황 전 연간 14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 문화 공간이었다.


2019년 12월 기준 전국의 작은영화관은 총 44곳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전국 작은영화관의 상당수를 위탁받아 운영해온 사회적협동조합이 코로나19로 지난해 7월 파산하면서 대부분의 영화관이 재재관에 어려움을 겪었다. 협동조합은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직원 인건비도 줄 처지가 되지 못했다”면서 “그간 작은영화관을 운영하면서 이런 일(코로나19)이 생길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합 파산 이후 대부분의 작은영화관이 새 운영자를 찾지 못해 재개관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 최근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제안심사를 통해 ‘삼척도원새마을금고’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재재관 준비에 나선 김양호 삼척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의 휴관에도 불구하고 응원해 주신 시민들게 감사드린다”며 “재개관 이후에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잘 지켜 시민의 안전한 관람 환경 제공과 문화 향휴 기회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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