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교감 속 작품? 반전 노린 3위 이낙연의 '사면' 승부수

심새롬 2021. 1. 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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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건의” 뜻을 1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정국을 흔들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이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 문제를 먼저 꺼낸 걸 두고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한 편으론 대선 후보 지지율 3위로 주저앉은 자신을 위한 반전 계기를 만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민주당은 급작스러운 사면 주장에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었다.


3위 추락한 李의 승부수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변하겠다는 메시지다. 올해부턴 대표가 좀 더 명확하게 자기 모습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통합이 원래 이낙연의 본모습이다. 국가를 위한 길이라면 이제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후 줄곧 ‘문파(文派)’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휩쓸렸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대표가 슬슬 제 목소리를 내는 신호라는 의미다. 이날 나온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이재명·윤석열에 밀려 대선 주자 지지도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순전히 이 대표 혼자의 뜻으로는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여권에서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 “임기 마지막 해 화두를 국민 통합으로 가자”는 의기투합이 이뤄졌고, 4·7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모종의 큰 그림에 의해 이번 발언이 기획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과 26일 두 차례 문 대통령과 독대했다.

특히 이 대표가 당내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이 참여했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윤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조언하지 않았다. 대표가 여러 의견을 교환하면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만 말했다.

1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임기 내 사면’ 총대 멨나
이와 관련, 이 대표가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털 길을 열어주기 위해 총대를 멨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도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대표가 이슈를 던진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직을 맡은 또 다른 의원은 “이 대표는 원체 신중한 성격인 데다 대통령의 영역에 명확히 선을 긋는 사람이라 혼자 독단적으로 대통령 권한인 사면 이야기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어쨌든 임기 내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이 대표가 지지층 반발을 각오하고 결단한 것 같다”고 추론했다.

하지만 당내엔 부정적 여론도 들끓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사면 결정에는 국민의 수용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이라면서 “여야가 진지하게 국정농단까지 이르게 된 정치 상황을 고민하고, 극복과 개선 방안부터 모색한 뒤에야 사면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두 사람의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다.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며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내부 반발 가시화
이 대표가 사면 명분으로 신년사에 언급한 “사회갈등 완화, 국민 통합”을 내세운 걸 두고도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한 친문 재선 의원은 “통합이란 게 단순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며 “국민적 논의도 안 거치고 당대표가 대통령을 압박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상의가 전혀 없었다”(초선 최고위원), “순전히 본인의 결단이다”(전략통 의원), “갑자기 사면이라니 놀랐다”(수도권 재선) 등 어쨌든 당내 반발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은 “대통령 도전할 생각이 없어졌나 보다”, “사퇴하라”, “왜 촛불민심 뒤통수를 치나”는 등의 비난 글로 도배됐다.

이 대표 사면 건의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문 대통령의 수용 여부에 달려있다. 문 대통령이 받아들일 경우엔 ‘통합’ 이미지를 앞세운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서 확실한 힘이 실리겠지만, 만약 흐지부지되거나 청와대 반대로 좌초된다면 이 대표에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대표는 1일 신년인사회 모두발언에서도 김대중(외환위기)·노무현(안보 위기)·문재인(코로나19) 등 전·현직 대통령 3인의 위기 극복을 거론하며 “우리는 전진과 통합을 동시에 이루어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주변에선 “이 대표는 이미 윤석열 탄핵론을 배제하면서 친문세력들의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 사면 문제를 꺼내면 무슨 반응이 올 거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었다”(친문 초선)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쏟아질 비난을 알고도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다.

심새롬·김효성·송승환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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