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대신 치료제 투여..일일 사망 3700명 넘는 美의 실수

2021. 1. 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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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직원 고의로 500회 분 상온 노출
이미 57명에게 접종.."유해하진 않아"
주방위군에게 백신 대신 항체치료제 투여
CDC "앞으로 3주간 8만 명 사망할 수도"
냉장고 안에 보관돼 있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30일 동안 보관할 수 있지만 일단 꺼내서 상온에 노출하면 12시간 안에 사용해야 한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위스콘신 밀워키의 오로라 메디컬센터에서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한 약사가 냉장보관시설에 들어있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57병을 꺼내놨다. 500회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병원 측은 26일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이 약사를 경찰에 신고하고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최대 6개월 보관할 수 있고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30일간 둘 수 있다. 하지만 냉장시설에서 꺼낸 뒤에는 12시간 안에 사용해야 한다. 이때문에 해당 백신은 쓸 수 없게 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이 약사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해당 약사는 처음엔 실수로 꺼냈다고 밝혔다가 나중엔 의도적으로 백신을 빼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해당 백신을 모두 폐기했지만 이미 57명에게 투여한 뒤였다. 오로라 메디컬센터의 제프 바 회장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백신에 들어있는 mRNA 분자는 상온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예방 효과는 떨어지더라도 인체에 해를 끼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의료진 실수로 백신 대신 치료제를 투여하는 일도 벌어졌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방위군은 30일 모더나 백신 접종 대상이던 42명에게 백신 대신 리제네론이 투여되는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은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투여하는 항체 치료제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도 리제네론을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보건당국은 항체 치료제가 건강한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백신 대신 맞아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방위군 측은 성명을 통해 "해당 지역 보건소 측의 실수였으며 잘못된 백신을 맞은 이들 모두 개별적으로 통지했다"고 전했다.


미 CDC "3주간 8만 명 사망할 수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러스의 한 병원에서 22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집중치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만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2만5000명을 넘었다. [AP=연합뉴스]

이런 실수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치솟고, 백신 접종은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존스홉킨스 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일일 사망자는 3740명으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바꿨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앞으로 3주 동안 8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 보급 속도가 지금처럼 지체된다면 의미 있는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도 여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봤다.

CNN은 현재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선 코로나19 환자가 사망해서 나가야만 빈 병상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산타클라라 밸리 메디컬 센터의 의사 아흐마드 카말은 "우리는 전혀 숲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여전히 우거진 숲속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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