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행' 김하성, 빅리거 꿈 이뤘다

양형석 2021. 1. 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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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1일 4+1년 최대 3900만 달러 계약 공식발표, KBO 타자 최고액

[양형석 기자]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상되는 김하성
ⓒ 키움 히어로즈
 
2021년 야구계의 새해 첫 소식은 대한민국 최고 유격수의 빅리그행이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1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내야수 김하성과 계약기간 4+1년 총액 39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4년 2800만 달러의 연봉을 보장 받은 김하성은 4년 계약 기간 종료 후 상호 옵션을 실행하면 5년 최대 39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던 역대 야수들 중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하성은 7년 동안 891경기에 출전해 타율 .294 940안타133홈런575타점606득점134도루의 성적으로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무엇보다 1995년생 김하성은 아직 만 25세에 불과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얼마든지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 과연 김하성은 코리안 빅리거의 '아픈 손가락'이 된 강정호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까.

주전 도약 후 해마다 성장한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

2015 시즌을 앞두고 내부 경쟁에서 승리해 히어로즈의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았을 때만 해도 김하성은 불안요소 투성인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하성은 루키 시즌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188 2홈런7타점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유격수로 고작 8경기만 선발 출전한, 경험 없는 '풋내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5년 유격수 포지션은 히어로즈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5년 140경기에 출전한 김하성은 타율 .290 19홈런73타점89득점22도루의 성적으로 프로 데뷔 2년, 주전 도약 1년 만에 단숨에 엘리트 유격수 대열에 합류했다. 역대 고졸 유격수 2년 차 중에서 김하성 만큼 성적이 뛰어난 선수는 없었다. 김하성은 2016년에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281 20홈런84타점92득점28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상징이라는 '20-20클럽' 고지를 밟았다.

2017년은 히어로즈가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시즌이었지만 김하성은 타율 .302 23홈런114타점90득점16도루로 데뷔 첫 3할 타율과 함께 2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타율 .288 20홈런84타점95득점8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2018년에는 오히려 예년에 비해 기량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김하성은 적수가 없는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군림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해외진출의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 김하성은 해외진출을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시즌 139경기에 출전한 김하성은 타율 .307 19홈런104타점112득점33도루를 기록하며 득점왕 타이틀과 함께 히어로즈를 5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홈런 숫자는 다소 줄었지만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자격을 얻기까지 1년의 시간을 남겨둔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기 위해 장타력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장타 향상에 힘을 쓴 김하성은 작년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30홈런을 기록하며 슬러거로 거듭났다. 장타력이 크게 향상됐음에도 타율은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9년에 비해 단 1리가 떨어지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탄탄한 샌디에이고 내야, 쉽지 않을 주전경쟁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어필할 수 있는 최대강점은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센터라인 내야수라는 점이다. 뛰어난 파워를 갖춘 1루수나 코너 외야 자원은 마이너리그에도 수두룩하지만 유격수나 2루수를 소화하면서 많은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는 빅리그에도 흔치 않다.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 김하성이 KBO리그 타격성적이 더 좋았던 나성범(NC 다이노스)보다 훨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당초 김하성의 예상 행선지로 가장 많이 거론된 팀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내야수비가 불안한 토론토는 올 시즌이 끝난 후 주전 3루수 트래비스 쇼를 방출하며 3루 자리가 비어 있다.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며 작년 시즌 1루수로 활약했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3루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올해 3루수로도 360.1이닝을 소화했던 김하성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하성 영입전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팀은 샌디에이고였다. 작년 60경기 미니시즌에서 37승23패로 무려 14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샌디에이고는 뛰어난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올해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신흥 강자다. 최근 두 건의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템파베이 레이스의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과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를 영입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의 계약까지 이끌어 내며 내야진을 보강했다.

샌디에이고 내야에는 이미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3루수 매니 마차도라는 슈퍼스타들이 버티고 있다. 2루 역시 작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공동 2위에 오른 제이크 크로넨워스라는 좋은 선수가 있다. 게다가 김하성은 루키 시즌 2루수로 6경기(15이닝)에 출전한 이후 최근 6년 동안 한 번도 2루수로 출전한 적이 없다. 만약 크로넨워스가 외야로 자리를 옮긴다 해도 김하성이 당장 2루 자리를 따낸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좌타자인 크로넨워스와 우타자인 강정호가 2루 플래툰으로 출전하면서 강정호를 타티스 주니어와 마차도의 백업으로 활용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 김하성이 고작 플래툰 내야수나 하려고 메이저리그의 꿈을 꾼 것은 아닐 것이다. 7년 만에 KBO리그를 평정하고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캘리포니아 드림'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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