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이 사랑한 '브뤼' 스타일 원조

2021. 1. 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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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페리에 주에(Perrier-Jouet)

신축년 새해가 밝아 온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었던 경자년은 샴페인 한잔으로 떠나보내고, 가족들과 모여 새해 다짐을 나눠보자.

추천하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 ‘페리에 주에(Perrier-Jouet)’다. 지난 200년간 유럽 왕실에 진상해온 최고급 샴페인. 빅토리아 여왕, 나폴레옹 3세, 벨기에 레오폴 1세, 해럴드 맥밀런 영국 총리 등이 마셨다.

이 와이너리는 1811년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Pierre-Nicolas Perrier)와 로제 아델에이드 주에(Rose Adelaide Jouet) 부부가 설립했다. 사연인즉, 1810년 프랑스 에페르네(Epernay) 지역에서 코르크 대리점을 운영하던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는 ‘칼바도스(Calvados·사과 브랜디)’ 생산자의 딸인 로제 아델에이드 주에와 결혼하면서 샴페인 양조에 심취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디지, 쇼우이, 아이 지역 그랑크뤼급 포도밭 포도로 샴페인을 양조했다. 그리고 신혼부부 이름을 딴 ‘페리에 주에’로 브랜드를 정하고 샴페인을 생산했다. 남편은 포도밭 관리와 샴페인 양조에 집중하고, 부인은 영업과 마케팅에 주력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해에 하늘에서 핼리혜성이 떨어졌던 추억을 살려,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결혼한 자신들의 와인을 ‘행운의 샴페인’이라 부르며 홍보했다.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1815년 영국에 수출을 시작했고, 1837년에는 미국에도 수출하며 샹파뉴 지방의 전통적인 샴페인을 위협했다.

특히 1856년 샴페인 역사상 최초로 드라이한 샴페인인 ‘브뤼’ 스타일을 만들어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덕분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왕실 조달 허가증인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둔다.

1878년까지 가족경영으로 운영했으나 식물학자였던 아들 찰스 페리에가 사망하면서 헨리(Henri)와 옥타브 갈리스(Octave Gallice) 형제가 인수했다. 옥타브 갈리스는 주로 파리에 머물면서 예술가들을 만났다. 특히 새로운 예술 사조 아르누보 운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세계적인 유리공예가 ‘에밀 갈레’는 1902년 페리에 주에 샴페인 병의 라벨을 디자인했다. 라벨에 그려진 아네모네꽃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처럼, 118년이 지난 현재도 페리에 주에는 많은 와인 애호가, 연인들에게 사랑받는다. 이후 와이너리는 1797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Pernod Ricard)’에 2005년 인수됐다. 현재는 266에이커의 그랑크뤼 포도밭 중 36에이커가 샤르도네 포도밭으로, 매년 약 300만병을 생산한다.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생산하지 않는다.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 2012(Perrier-Jouet Belle Epoque 2012)’를 시음했다. 2019년 국제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 품평회에서 우승하고 와인스펙테이터에서 92점을 받은 샴페인이다.

벨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으로,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풍요와 평화의 시대’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이전의 ‘풍요와 평화’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샤르도네 50%, 피노누아 45%, 피노 뮈니에 5%를 블렌딩했다. 샤르도네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렸으며, 지하 숙성실(Cave)에서 6년 숙성했다. 맑고 밝은 황금색을 띠며, 끊임없이 반짝이며 올라오는 기포가 매력적이다. 아카시아, 라임, 아몬드, 복숭아, 레몬, 백도, 서양배꽃의 신선한 향이 우아하게 퍼진다. 또한 기분 좋은 산미, 비단처럼 부드러운 버블 그리고 아몬드, 캐러멜, 꿀의 풍미가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캐비아, 흰살 생선요리, 스시 등과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0호 (2020.12.30~2021.0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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