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FA 투수 5인방' 계약 지연되는 이유

양형석 2021. 1. 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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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양현종-차우찬-김상수-유희관 등 스타 FA 투수들의 계약 지연

[양형석 기자]

2021년 소의 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이루고 싶은 일들에 대해 계획을 세우면서 희망 찬 한 해를 꿈꾼다. 하지만 작년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잃어버린 1년'을 보냈고 이는 적어도 새해 초반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새해를 맞는 기분이 예년에 비해 활기가 크게 떨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다. 

KBO리그 역시 개막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한 번도 관중 50%도 채우지 못한 채 아슬아슬하게 한 시즌을 치러냈다. 하지만 아쉬웠던 2020 시즌에도 결실을 맺어 겨울에 만족할 만한 수확을 거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두산 베어스와 7년85억 계약을 따낸 허경민과 3년 47억 원의 조건으로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 잔류한 타격왕 최형우, 좋은 대우를 받고 팀을 옮긴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K 와이번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겨울 FA시장에서는 16명의 신청자 중 2020년의 마지막 날까지 총 9명의 선수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FA를 신청했던 6명의 투수 중 계약을 따낸 선수는 삼성과 1+1년 10억 원에 계약한 우규민(삼성) 한 명 밖에 없다. 아직 시장에는 5명의 미계약 FA 투수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저마다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해가 바뀌도록 원하는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추워진 날씨만큼 미계약 FA투수들의 겨울도 점점 추워지고 있다.

빅리그 진출 여의치 않은 양현종, KIA 잔류 유력
 
 양현종
ⓒ KIA타이거즈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현재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로 꼽힌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101승을 거두며 리그를 호령한 양현종은 지난 10월 29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친 후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2020 시즌이 끝난 후 해외진출을 결심한 양현종이 팬들에게 건넨 작별인사였다.

하지만 야심 차게 해외진출을 선언한 것과 달리 양현종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시즌 16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타이틀(2.29)을 따냈던 2019년에 비해 작년 시즌 양현종은 11승 10패 4.70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새해 한국 나이로 34세가 된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 양현종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만약 양현종의 해외진출이 여의치 않다면 국내 잔류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23억 원의 연봉을 받은 양현종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최대 46억 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적은 쉽지 않다. 물론 양현종이 KIA에 잔류한다면 KIA 구단과 팬들에게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빅리그 진출 실패로 자칫 의욕을 잃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2017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95억 원의 조건에 삼성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한 차우찬은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첫 3년 동안 연 평균 1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5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번째 FA를 앞두고 있던 2020 시즌 13경기에서 5승5패5.34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어깨 통증으로 시즌 아웃됐다. FA를 앞둔 시즌에 시즌 중반 부상으로 인한 시즌아웃. FA 투수에게는 가장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반이 됐고 FA 재취득을 앞두고 어깨부상 이슈까지 생긴 차우찬은 이제 4년 전처럼 100억 원에 가까운 대형 계약을 기대하긴 힘들다. 양현종 만큼은 아니지만 차우찬 역시 FA 영입 시 보상금이 최대 20억 원에 달해 다른 구단에서 데려가기도 부담스럽다. 현재 원소속팀 LG와 FA협상을 하고 있는 차우찬은 작년 시즌 워낙 부진했던 만큼 새 계약을 통해 꽤 많은 액수의 옵션금액을 감수하게 될 수도 있다. 
 
 LG 차우찬
ⓒ LG 트윈스
'한 시즌 최다 홀드' 김상수도 쉽지 않은 FA계약 

지난 2009 시즌이 끝나고 히어로즈는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핵심 선수 3명을 거액의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다른 구단에 내줬다. 당시 장원삼을 받은 삼성, 이택근을 영입한 LG, 이현승을 데려온 두산은 반대급부로 총 5명의 젊은 선수를 히어로즈로 보냈다. 그로부터 11년이라는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때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던 5명 중 올 시즌까지 1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한 선수는 김상수 밖에 없다(kt 위즈의 금민철은 작년 8월 방출).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많은 삼성팬들이 야수 김상수와 혼동했을 정도로 무명에 가까웠던 김상수는 히어로즈 이적 후 불펜에서 궂은 일을 책임지다가 2016년 21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2017년과 2018년 마무리로 활약하며 2년 동안 33세이브를 올린 김상수는 2019년 40홀드로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을 세우며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생애 첫 FA자격을 얻은 김상수의 겨울은 그리 밝지 않다. 히어로즈 구단이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구설수에 올랐고 김상수의 FA계약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물론 작년 3승3패5세이브11홀드4.73으로 2019년에 비해 다소 부진했지만 김상수는 최근 5년 동안 95홀드를 기록한 히어로즈의 불펜 에이스다. 현재 히어로즈가 하루 빨리 안정을 찾길 가장 애타게 바라는 사람은 FA협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김상수일 것이다.
 
 유희관
ⓒ 두산 베어스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에 두산 역대 좌완 최다승(97승) 투수인 유희관은 두산의 '현재진행형 레전드'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투수다. 하지만 FA를 앞둔 작년 시즌 10승11패5.02로 부진했고 급기야 한국시리즈에서는 한 번도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유희관 입장에서는 두산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공로를 인정받고 싶겠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미래의 활용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희관의 FA계약이 해를 넘기며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다.

선발이면 선발, 마무리면 마무리로 언제나 제 몫을 해준 두산 마운드의 '만능열쇠' 이용찬은 작년 5경기 만에 시즌 아웃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음에도 FA를 신청했다. 이용찬은 루키 시즌에도 한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빠른 복귀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 경력이 있는 FA투수를 좋아하는 구단은 없다. 각 구단들이 쓰임새가 많은 전천후 투수 이용찬의 영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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