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文정부, 한국 외교 어디로..'한반도 평화'·'한미 관계' 새 국면

임철영 2021. 1. 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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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행정부, 단계적 실무외교로 '한반도 문제' 접근..오바마 '전략적 인내' 반복 가능성 낮아
한미 관계,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안정적 기대
미·중 갈등 지속, '아슬아슬' 줄타기 외교도 지속될 듯..돌파구 못 찾는 한일 관계, 미국 개입 태도에 달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 한국이 직면할 외교 환경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양자와 다자외교에서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양자 현안은 물론 다자 현안에서도 세밀한 전략 수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정부는 외교 자산을 총동원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도 안았다.

내달 20일 공식 취임할 예정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했다. 블링컨 내정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바이든 부통령 국자안보보좌관을 거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버락 오바마 국무부 부장관으로 한미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직접 다룬 인물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오마바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계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회교 분야의 붕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한미관계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이해가 깊은 인사"라고 평하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블링컨과 손발을 맞출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내정됐다. 44세에 불과한 설리번 내정자는 외교 천재라는 말을 들어 왔을 정도로 외교와 안보 분야 경력이 풍부한 인물로 통한다. 그는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이끌어 냈던 주역 중 한명으로 초기 회담 수석 협상가로 활약했다. 미 대선 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란 핵 협상과 같이 북한에 대해서는 압박과 대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지난달 외교·안보라인을 새로 정비했다. 노규덕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이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노 본부장 후임으로는 김준구 주호놀룰루 총영사가 배치됐다. 아울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외교안보특보로 김상균 1차장을 임명했다. 김 특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3차장과 2차장을 거쳐 지난 8월 박 원장 취임 이후 해외·대북 부문을 책임지는 1차장직을 맡아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반도 평화' 바이든 행정부 단계적 실무협상에 달려…韓 촉진자 역할 요구

바이든 행정부는 당선인이 그간 밝혀 온 대로 전통적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지역 내 문제를 풀기 위해 실무 협상을 밟아가는 '바텀 업' 방식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 재개 문제를 포함해 그 연장선에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정상 간 만남으로 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톱 다운' 방식을 지양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외교가도 블링컨과 설리번 내정자가 단계별 실무협의, 대화를 위한 대북 제재, 비핵화 합의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 등을 골자로 바이든 당선인의 생각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내놨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한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회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바이든 캠프 인사들은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라는 지적에 반발하면서 부정적 평가에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2021 국제정세전망' 보고서 서문에서 "바이든 캠프의 인사들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몇 가지 가능한 옵션들을 추진했었다고 주장한다"면서 "과거 비판을 위식하고 있는 바이든 진영은 이전의 정책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리지 않도록 한국 정부의 촉진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단계적 해법을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를 후순위로 둘 경우 장기화된 교착 상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급진전을 이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되레 지난해 6월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북한이 '개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기도 했다.

김준형 원장은 "미국 민주당은 축적된 대북 데이터와 경험 그리고 전문성으로 말미암아 생각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이 미국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꿀 논리를 시급하게 개발해야 미국의 외교안보팀과 바이든을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갈등의 최전선이자 상대방을 움직일 레버리지로 이용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가 주변 강대국의 외교·안보 전략으로 활용될 경우 한반도 평화는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18일 열린 통일부 주관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에서도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정부가 빨리 북미 협상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출범 직후부터 협상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역할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다른 당사국과 협조도 필요한 만큼 4자 회담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수혁 주미대사도 15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내년 신 행정부 출범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에 진전을 이루기 위한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트럼프식 일방적 한미관계 탈피, 방위비 협상 타결 기대…코로나·기후변화 공동 대응으로 안정적 관계 전망

미국의 희생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폭 증액을 고집한 탓에 13개월 째 협정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원만하게 해결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를 "동맹국에 대한 갈취"라고 지적한 만큼 협상은 신속하게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미 양측 실무협상단이 지난해 한때 도출했던 것으로 알려진 '13% 인상+다년 협상'안에 무게가 실린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분담금 규모는 9억달러 수준으로 원화로 약 1조389억원이었다. 13% 증액에 합의할 경우 약 1조1739억원으로 늘어난다. 외환위기(IMF) 이후 최대 폭의 증액이지만 1년 단위였던 협상 주기를 4~5년으로 늘릴 경우 협상 피로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주한미국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현실화 됐고, 우여곡절 끝에 양측의 합의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먼저 지급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한미 동맹을 경제적 착취수단으로 생각했고 동맹을 심각한 상태로 만들었다"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한미 SMA 문제를 신속하게 매듭지으려고 할 것이고, 한국측이 제시하고 있는 선에서 합의안을 마무리하고 기한도 4~5년 다년 계역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동 대응과 기후변화 의제는 한미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 과제는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한국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11월 12일 첫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미동맹에 대해 언급하면서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 대응에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달 15일 서한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양국 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당선인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면서 "한미동맹이 역내 평화와 번영의 중심축 역할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까지 폭넓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코로나19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함께 대응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동북아 정세 불확실성, 미·중 갈등 지속…한일 관계, 바이든 행정부 개입 가능성 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한국의 외교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를 지속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군사는 물론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관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중국·러시아와 관계가 진영 간의 대립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미중 갈등을 겨냥한 발언은 갈수록 분명해 지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월밍턴 연설에서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무역 악폐와 기술 그리고 인권에 책임을 지게 하면서 생각이 비슷한 파트너 및 동맹과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 입장을 더욱 강해질 것"이라면서 동맹과 협력을 강조했다.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둘러싸고 다자 동맹 관계를 공고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내비친 것이다. 한국에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각각의 양자 관계를 '안보는 한미동맹·경제는 개방과 포용'이라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겠다는 의지다. 실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한미 동맹은 외교안보의 근간이고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고 언급했고 이수혁 주미대사 역시 "미국은 우리 동맹이고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역내 무역파트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30일 외교부 청사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강경화 장관은 "호혜적 경제동맹으로 한미 양자 그리고 다자 통상 협력을 강화하고 가치 동맹으로 민주주의, 평화, 인권 등 공동 가치 실현을 위해 미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는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지속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원장은 "미국 정부의 대중 강경책은 초당파적 노선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기본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것이며 양자적 접근을 선호했던 트럼프와 달리 연대를 통한 대중 공세가 예상된다"면서 "바이든 캠프는 신냉전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규칙을 위반해 온 중국이 규칙을 준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장은 "남중국해 영토 분쟁, 지적 재산권, 사이버 안보 문제, 기술 패권 등에 대해서 미국의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관세 제재를 보조적 수단으로 쓰면서 다자주의를 통한 중국의 구조적 문제 개혁과 관련한 압박에 나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가 강화하면서 악화하고 있는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중 연대를 앞세워 미국이 한일관계를 정상화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브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데 힘썼던 만큼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3국 공조를 기본 축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비롯해 수출규제 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 그리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갈등을 풀어야할 과제까지 안고 있어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한일 관계에서 트럼프 시절의 무관심과 달리 바이든은 적극적 중재에 나설 것이고 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압박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우리에게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재가 일본의 타협을 요구할 지, 중국에 대한 협력을 중시해 한국의 양보를 압박할 지가 관건인 셈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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