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의 클래식] 선수들 대학 진학에 제도적 허점이 있다

이형석 2021. 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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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등급과 고교 대회 성적 객관성 떨어져
구조적 문제 쌓이면 한국 야구에도 부정적 영향
사진=한국대학야구연맹

고교 선수는 대개 대학 진학보다 프로 입단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 진출에 성공하는 이는 10%도 안 된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는 1133명이었고, 100명(추후 육성선수 입단 제외)만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나머지는 대학교에 진학해 기량을 갈고닦은 후 프로 입단에 재도전하기 마련이다.

대학 입시별 전형은 학교별 다르지만, 내신 등급에 커트라인을 두고 지원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인문계고 아마추어 선수와 실업계 및 특성화고 아마추어 선수의 내신 등급 격차가 꽤 크다고 한다.

가령, 인문계고에선 야구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대부분 8~9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업계 및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아마추어 선수는 4~5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인문계고 선수들이 대학 진학에 있어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일선 고교 지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문계고 선수들은 내신 미달로 4년제 대학 입학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한다. 여기서부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야구 기량을 비교할 때도 아쉬운 면이 있다. 선수 기량과 관계없이 학교별로 기량 차로 인해 대학 진학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입시 자료로 고교 시절 기록이 반영된다. 타자는 타율·안타·타점 등, 투수는 다승과 평균자책점·탈삼진 등을 참고한다. 이 기록은 충분히 객관적일까?

전국대회에 많이 진출하는 팀 선수의 기량이 아무래도 좋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전국대회 상위 라운드에 오를수록, 좋은 기량의 팀과 맞붙어 기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 팀 성적이 떨어지거나 신생 학교의 경우 주말리그, 전국대회 예선에서 조기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강팀을 상대하지 않아 개인 기록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은 더 좋지만, 실제 기량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전국대회에 자주 출전해 기록이 떨어진 선수는 아예 대학 입시 전형에서 1차도 통과하지 못하는 반면, 기량이 부족해도 내신이 좋거나 상대적으로 기록이 두드러진 선수는 합격하는 허점이 발생한다. 한 고교 지도자에 따르면 6이닝만 던지고 3승을 챙긴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열린 2021년 신인 2차 드래프트 현장의 모습. KBO 제공

상황이 그렇다 보니 기량이 선수 중 일부는 요즘 2~3년제 대학으로 눈을 돌린다. 그래서 2년제 대학팀 실력이 점점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는 19명 프로에 입단했는데, 이 중 2년제 강릉 영동대 출신이 5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육성 선수 입단을 포함하면 인원은 더 늘어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자료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으로 총 36개 대학팀 가운데 4년제가 32개다. 2년제가 3개, 3년은 1개다. 강릉 영동대와 함께 광주 동강대의 실력도 아주 좋다. 4년제 대학팀을 심심찮게 꺾는다.

학부모 입장에선 내 아들이 프로에 입단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4년제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 여러 요인으로 2년제 대학교에 진학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운동한다고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이 누적되면 앞으로 프로야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병폐를 빨리 없애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다. 대학 야구 대회가 서울 목동구장에서라도 열렸으면 한다. 지방의 열악한 환경에서 대회를 치르다 보니 점점 대학 야구의 열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의 지원도 줄어들게 된다. 한국 야구의 근간이 되는 아마추어 야구, KBO리그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이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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