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로마시대 때도 '착한 대출' 실천했다"

양민경 2021. 1.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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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객 한 분이 내게 대출금 상환 만기일을 지킬 수 없으리라고 말했다. 그가 가정에 위기를 맞은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에게 추가 이자 없이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착한 대출'을 실천하는 금융기관 직원의 말 같지만, 아니다.

푸블리우스는 이런 상황에서 정치 참여 역시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덕목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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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그리스도인의 선교 이야기/로버트 뱅크스 지음/신현기 옮김/IVP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로마노 전경. 로마제국 시대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이었다. 게티이미지


“어제 고객 한 분이 내게 대출금 상환 만기일을 지킬 수 없으리라고 말했다.… 그가 가정에 위기를 맞은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에게 추가 이자 없이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착한 대출’을 실천하는 금융기관 직원의 말 같지만, 아니다. 2000년 전 1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사설 은행가 푸블리우스의 이야기다.

당시 로마제국의 사설 은행가는 회원제 방식의 동업조합인 길드를 운영하며 고객의 돈을 맡아주거나 빌려줬다. 사업 거래 과정을 처리하고 공매를 취급했다.

1세기에도 대출금을 제때 못 갚으면 불이익을 줬다. 대출을 연장해주는 대신 이자율을 올리거나 연체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푸블리우스는 그러지 않았다. 채무자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걸 고려해서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푸블리우스는 이례적 행위에 관한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나는 하나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얻는다는 게 어떤 건지를 알았고, 어떻게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느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약학 박사인 저자는 1세기 은행가 푸블리우스의 일상으로 초대교회 교인의 삶과 신앙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저자의 전작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의 후속편인 이번 책 역시 1세기 그리스도인의 삶을 조밀하게 묘사하는 게 특징이다.


제목에 ‘선교’란 표현이 들어 있어 이탈리아반도 이외의 대륙에서 벌어지는 초대교회 현장이 나올 것 같지만, 저자는 철저히 로마시민의 생활상 복원에 집중한다.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려 몸부림치는 일상 그 자체가 선교라는 의미에서다.

푸블리우스는 사도 바울과 천막을 만들며 복음 전파에 힘쓴 성경 속 인물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의 신앙 조언을 회상하며 삶이 곧 선교임을 확신한다.

“당신의 일을 통해 예수님의 선교에 더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하며 예수님 삶과 메시지를 그대로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중에 시간을 떼 그분의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말입니다.”

네로 황제 때 발생한 로마 대화재(64년) 이후 베드로와 바울이 로마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시대 상황도 조명된다. 대화재 주범으로 그리스도인이 지목되면서 초대교회 교인의 대사회적 이미지는 ‘체제 전복 세력’으로 악화된다. 네로의 실각 위험으로 또다시 혐오의 화살받이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푸블리우스는 이런 상황에서 정치 참여 역시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덕목임을 깨닫는다. “원리상으로 권세자들은 하나님의 대리인이며 우리는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통치자들이 도를 넘는다면, 우리는 맞서야 한다.”

1세기 로마 그리스도인의 신앙관인데도 21세기의 전 세계 그리스도인이 품어야 할 내용이 많다. 팬데믹 속에서 신앙인의 위치와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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