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국내법적 구속력 없는 젠더운동권의 선언문에 불과해

2021. 1.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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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자유 빼앗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25·끝> 욕야카르타 지침은 워킹리프
길원평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실행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외국어 어감을 살려 한국어로 옮기고자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워킹 리프(walking leaf)는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걸어 다니는 잎사귀’라고 직역하면 언뜻 시적 표현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단어는 ‘나뭇잎벌레’라는 뜻이다. 검색해 보면 큰 나뭇잎처럼 생긴 징그러운 벌레 사진들이 잔뜩 튀어나온다. ‘잎사귀’ 이미지에 속지 말라. ‘워킹리프’는 분명 ‘벌레’다.

‘욕야카르타 지침’이라는 문건이 꼭 이 나뭇잎벌레같다. 젠더운동권이 2006년에 발표한 이 문건은 그 제목 그리고 법조문과 비슷한 본문의 모양 때문에 일견 공식적인 국제법 규칙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이념적 의제를 실현할 의도로 마련한 이 문건은 유엔과 국제인권법 체제를 숙주 삼아 동성애를 각국에 제도화시키는 데 필요한 공격좌표를 모아놓은 투쟁도구로서, 아무런 국제·국내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문에 불과하다.

본 칼럼을 통해 각계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 문건의 반인권적 내용을 종합하면 그 명칭을 ‘제2의 공산당선언’이라고 의역하는 게 적절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젠더운동권은 이 문건을 ‘원칙’으로 부른다. 국제인권법 체제가 동성애 차별을 금지한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언컨대 국제인권조약들 어디에도 동성애를 인권이라 규정하거나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라고 명시한 조문은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성적지향이 ‘해석상’ 성별(sex)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1994년 자유권규약위원회 견해를 마치 확립된 국제법상 법리인 듯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기초적인 국제법 원칙에 비춰 봐도 거짓임이 분명하다.

우선 인권조약 이행감시기관은 재판권이 있는 법원이 아니며 그 해석도 구속력이 없다. 이미 자유권규약 초안 과정에서 미국은 이 기관의 명칭이 법원처럼 오해되지 않도록 ‘인권 법정’(Human Rights Tribunal)을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를 주장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도 그 권고가 판결처럼 오해되지 않도록 견해(view)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이 의견들이 모두 받아들여 진 것은 물론이다. 또한, 동성애 차별금지는 확립된 국제관습법도 아니다. 국제관습법이 성립되려면 일관된 국제관행과 법적 의무감이 필요하나, 동성애는 국제사회에서 늘 찬반이 분명히 갈리는 논쟁적 주제이므로 일관된 관행이 형성될 수 없다. 국내에서는 헌법재판소도 이행감시기구 견해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인권위는 자신의 결정문에서 이 문건을 욕야카르타 ‘원칙’이라 부르고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해 공신력 있는 국제인권기준’으로 소개했을 뿐 아니라 2019년 4월에는 이에 근거해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없는 ‘성별표현’을 새로운 차별금지 사유로 만들어 여장남자·남장여자도 고궁 무료입장 혜택을 받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는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명백히 위법이다. 첫째, 위 판단은 이 문건이 국제법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으나 인권위는 이를 스스로 부정했다. 인권위법 제2조는 인권을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규정한다. 따라서 성별표현이 국내사건에 직접 적용되려면 이것이 조약이나 관습법상 차별금지 사유에 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인권위는 위 사건에 한 달 앞선 다른 결정문에서 이 문건의 성격을 법적 구속력 없는 소위 ‘연성법’(soft law)이라 적시한 것이다.

둘째, 비록 이 문건을 인권위법 제2조 행정해석의 보충수단으로 본다 해도 위 해석은 통상적인 법규해석이나 문리해석의 범위를 넘어설 뿐 아니라 동성애가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체계, 역사, 입법목적 등을 고려한 논리해석에도 맞지 않는다.

이런 논쟁이 인권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건은 각국 정부를 통째로 동성애 인권화 숙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 문건은 공격좌표다. 그러나 동시에 수비좌표이기도 하다. 문건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수비하고 역공할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생각의 시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종교의 자유 보장’이 핵심이다. 종교개혁에서 뿌리내린 근대 인권의 역사를 갈파한 옐리네크는 종교의 자유를 ‘인권의 어머니’라 불렀다. 이를 억압하는 정책은 인권의 기원을 멸시하는 패륜일 뿐 아니라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인류의 양심을 격분시키는 만행’을 재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근대적 인권관의 확립과 국제인권운동을 주도했던 원조가 서구의 교회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한국교회와 기독시민단체들이 국내외 연대를 통해 종교의 자유 수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유정우 박사(애드보켓코리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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