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인훙 "김정은은 어떤 경우에도 핵·미사일 포기 않을 것"

권지혜 2021. 1. 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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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스페셜 인터뷰]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관계 전문가이자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가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의 한 찻집에서 국민일보 신년 인터뷰에 응해 한·중 관계, 미·중 관계,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중국 최고 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 고문을 맡고 있는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상반기 방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 교수는 또 미·중 관계의 본질은 “경쟁과 대립”이며 미국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 해도 대중 압박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북 제재로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미국 방침에 대해선 “희망일 뿐 아무 소용없다”고 단언했다.

한·중 관계, 미·중 관계, 북핵 문제, 중국 대외정책 등 어떤 질문에도 그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28일 중국 명문대가 몰려 있는 베이징 하이뎬구의 한 찻집에서 인터뷰에 응한 스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관계 전문가이자 미국통으로 꼽힌다.

-시 주석의 방한은 언제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시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결심을 굳히면 틀림없이 2021년 상반기에 방한할 것으로 확신한다. 문재인정부는 중국에 매우 우호적이고 중국 역시 문재인정부와의 우호 관계를 중시한다. 그러나 한·중 관계에 중대한 악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 악재인가.

“첫째, 문재인정부의 대중 우호 정책에 대한 민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한국인 90%가 중국에 부정적이다. 둘째, 문재인정부는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쇠퇴했고 대북 정책은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문재인정부의 나약한 대북 정책, 대중 우호 관계, 대일 강경 기조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도 문재인정부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한국 여당의 국내 기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한국이 사드 체계에 편입한 것처럼 한·미 군사동맹이 또 한번 중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한·중 관계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관계는 달라질까.

“변화는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미·중 무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미·중 양국은 조만간 1단계 무역협정을 재협상할 것이다. 미국의 대중 수출물량을 중국 수요에 맞게 줄이고,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고율관세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미·중 갈등은 완화되고 안정성을 되찾겠지만 이는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며 일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와 큰 차이는 없을 거라는 얘기인가.

“현재 미·중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면적 대립, 대결, 경쟁 관계다. 중국은 이런 상황이 완화되기를 바라지만 나는 미·중 관계가 바이든 당선인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양국 관계의 본질은 경쟁과 대립이며 일부분에서 실질적이거나 허울 좋은 협력이 진행될 것이다. 대만, 홍콩, 남중국해, 신장, 티베트, 첨단기술, 미국 내 중국의 정보활동 등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강도는 조금 약해질 수 있다.”

-바이든 시대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을까.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대한 타협을 이루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의 분명한 원칙을 제시했다. 단계적·동시적 진전이다. 그리고 대북 제재를 대폭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로 비핵화를 견인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 방침이다.

“희망은 희망일 뿐 아무 소용없다. 미국은 충분히 강경했는데 북한이 굴복했나?”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이라고 주장하는데.

“2018년 3월 김 위원장의 첫 방중 이후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되 북한과의 관계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중국의 대북 정책 1순위는 북·중 관계 유지다. 비핵화는 두 번째다. 중국은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이 아무리 설득해도 중국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 북한 비핵화를 다그치면 김 위원장은 그 나라를 적으로 여긴다. 중국은 북한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중국 입장이 그렇다면 비핵화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핵무기 감축은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비핵화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 감축의 전제조건은 미국과 유엔이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김 위원장은 정권의 합법적 지위를 인정하라는 거다. 북한의 조건은 굉장히 명확하다.”

-중국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정말 가입할 생각인가.

“중국 정부는 ‘가입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가입을 고려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CPTPP에 참여한다면 그 절차는 매우 복잡하다. CPTPP 가입 요건은 중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 경제체제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근로조건은 중국이 수용하기 어렵다. 중국은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단을 어떻게 생각하나.

“WHO는 성급하게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바이러스 출처가 중국이다’라고 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아니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어떤 과학자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출처를 찾는 일은 북한 핵, 이란 핵을 사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다. 중국은 세계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이란이나 북한이 아니다.”

베이징=글·사진 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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