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겨우 버텼는데"..뮤지컬계, 셧다운 사태보다 더 냉혹한 현실

박정선 2020. 12.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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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뮤지컬계 "쌓여가는 적자 감당못할 수준"
10개 뮤지컬 제작사,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출범..호소문 발표
ⓒ뉴시스

뮤지컬계의 한숨이 그칠 줄 모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대중문화예술계라고 예외는 없었다. 방송·가요·영화계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무게를 옮겨 대중을 만났다. 뮤지컬계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무대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대부분의 뮤지컬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도 한 칸 띄어앉기를 시행하면서 공연을 이어갔다. 대극장 공연을 유지하기 위한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유료 점유율은 60~70% 내외다. 한 칸 띄어앉기를 하면 통상적으로 공연장의 50%밖에 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부터 뮤지컬계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2.5단계에선 두 칸 띄어앉기가 적용되는데, 이렇게 되면 좌석 점유율이 30%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이 막대해 진다. 공연을 진행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구조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2.5단계 기간을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이미 제작비 손실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에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시점인 2월부터 현재까지 중단되거나 취소된 공연으로 전체 뮤지컬 작품은 63.1% 감소했고, 상반기 공연 매출 피해액만 약 14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반기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액은 가늠할 수 없는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뮤지컬 관계자는 “정말 겨우 버텨온 거다. 최근 기사 댓글을 보면 일부 네티즌이 ‘뮤지컬만 돈 번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온전히 무대를 올린 기간이 채 2주밖에 되지 않는다. 줄곧 한 칸 띄어앉기로 진행되면서 손익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업계는 무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그 일념 하나로 버텨왔다. 하지만 2.5단계인 두 칸 띄어앉기로는 도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DB

실제로 2단계에서 공연을 이어가던 대다수의 뮤지컬은 2.5단계에 접어들면서 연달아 공연 중단 소식을 전했고, 3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잠정 중단해온 공연 재개를 그 이후로 미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제작사 마스트 엔터테인먼트는 “2.5단계가 완화되지 못할 경우 공연을 지속함으로써 발생되는 적자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면서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부득이하게 공연을 종결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고스트’ ‘몬테크리스토’ ‘그날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등 다수의 뮤지컬이 공연 재개를 보류했다. 한 뮤지컬 홍보사 관계자는 “2.5단계가 지속된다면 아마 공연 재개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것에 따른 하소연 자체를 불편해 하는 일부 여론에도 호소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 시국에 무슨 문화생활이냐고 말하지만 우리에겐 이 무대가 생업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 우린 직장을 잃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이젠 버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1000석 이상의 대형 뮤지컬 1편에 참여하는 배우는 평균 약 30명, 스태프는 80~100명 정도의 규모로 연관 종사자까지 합치면 1편의 작품당 약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 1년에 평균 45~50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고 있었다. 즉 1년에 약 1만명 내외가 공연을 생업으로 종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될 경우 이들의 수입이 전무한 구조로, 생계 자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MC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에이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쇼노트 등 10개의 뮤지컬 제작사는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를 출범했다. 추진위원장으로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를 선임하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조치는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제작사, 배우, 스태프,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출혈을 감수하며 어려움 극복에 동참하고 있지만 2.5단계에서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조치는 실질적으로 공연 진행이 불가능한 희망 고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방침은 감당하기 힘든 제작비의 손실로 이어져 공연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취식도 허용되지 않고 그간 감염 전파 사례도 전혀 없었던 공연장의 경우 좌석 두 칸 띄어 앉기 시행은 셧다운보다 더 힘들고 냉혹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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