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시 뒤집은 명분은 국민생명..정부, 자격되나

최대열 2020. 12. 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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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생이 내년 1월 국가고시를 한 번 더 치를 수 있게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그렇다해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정부의 기본책무"라는 당연한 말을 내세우는 건 비겁한 처사라고 나는 본다.

복지부는 당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파악하겠다며 콜센터까지 갖췄는데 말 그대로 '접수'만 했다.

정부가 국민생명을 중시한다면, 코로나19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걸 진정 제1 목표로 삼고 있다면 이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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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부가 의대생이 내년 1월 국가고시를 한 번 더 치를 수 있게 규정을 손보기로 했다. 현 상태로 의사인력수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의료취약지역이나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공중보건의사나 인턴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로 의료진 피로도가 늘어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러한 점이 쌓여 의대생 국시 재응시와 관련해 국민 여론이 과거와 달라졌다고도 봤다. 이 말을 한 복지부 관리는 따로 근거를 대진 않았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껏, 의대생 국시를 둘러싼 실타래는 꼬일 만큼 꼬여 복지부로선 어떤 결정도 내리기 쉽지 않은 처지였다. 당장 병원 운영이 힘들어진 의료계 고참들은 어떻게든 재응시 방안을 내놓으라고 겁박했다. 반면 대다수 국민 사이에선 '시험을 거부한 데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식의 차가운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접점을 찾긴 어려웠다.

정부가 그간 원칙론, 혹은 국민여론을 내세워온 만큼 이를 뒤집는 사실상의 재응시 결정은 쉽지 않았을 테다. 그렇다해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정부의 기본책무"라는 당연한 말을 내세우는 건 비겁한 처사라고 나는 본다. 정녕 국민생명을 지킬 마음가짐이 있었다면 지난 8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때도 살뜰히 살폈어야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31일 2021년 의사 국시 시행방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8월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지키지 않은 전공의를 고발했다. 전공의가 일을 안 해 환자가 피해를 입는 만큼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경찰도 엄중히 법을 적용하겠다고 했었다. 이후 일주일 만에 고발은 취하됐다. 그 사이 의사단체와 합의가 됐기 때문에. 당시 전공의 파업으로 제때 수술받지 못했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도 여럿 있었는데 이러한 점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복지부는 당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파악하겠다며 콜센터까지 갖췄는데 말 그대로 '접수'만 했다. 바로잡을 책임이 있고 권한이 충분한데도 외면했다.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번져 제대로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숨진 환자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병원 전체가 코호트격리돼, 확진판정을 받은 의사가 진료에 나섰고 격무에 쓰러진 간호사가 일어나자마자 다시 환자를 돌봐야 했다. 복지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코호트 격리는 지자체와 방역당국의 역학적 판단에 따른 조치라는 말을 반복했다. 뒤늦게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간 후에야 부랴부랴 현장에 나갈 팀을 꾸렸다. 이전까지는 현장에 다녀올 생각을 안 했다는 얘기다.

장비나 의료진이 부족한 채 입원해 있는데도 '요양병원도 의료기관'이라며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보낼 생각은 안했다. 민간병원을 닦달해 병상 여유분을 더 확보해두긴 했는데 요양병원 중환자를 위한 병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가 국민생명을 중시한다면, 코로나19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명피해를 줄이는 걸 진정 제1 목표로 삼고 있다면 이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그렇게 하라고 돈과 권한을 쥐어준 거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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