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혜택은 유럽이 보는데..반기는 건 중국

권지혜 2020. 12. 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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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EU 7년만에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 합의
中매체 "다자주의 수호"
EU 회원국 및 의회 비준 남아..'반중 여론' 변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가 30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중국과 EU는 이날 회의에서 포괄적 투자 협정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EPA연합뉴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30일(현지시간)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지만 협정 발효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내 협상 타결’이라는 목표하에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합의에 이르긴 했으나 EU 회원국 가운데 중국에 반감을 가진 나라가 적지 않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과 EU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EU는 中시장 진출권 얻고, 中은 대중 포위망에 균열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화상 회의를 갖고 포괄적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과 EU 양측은 협상을 마무리함에 따라 다음 단계로 투자협정의 법률적 의결과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협정이 조속히 시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유럽은 다자주의 수호와 제도적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로 유럽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권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유럽 기업들은 중국 통신, 금융, 전기차, 건축, 항공운수,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보다 더 유리한 투자 조건을 적용받게 된다. 중국 기업 역시 유럽 내 금융,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다만 EU는 이미 대외 투자를 상당 부분 개방한 상태여서 경제적 혜택만 놓고 보면 EU가 얻는 것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중국은 EU와의 투자협정 체결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의 대대적인 압박 속에 EU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곧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흩어진 동맹을 모아 대중 연합 전선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올해 국제 관계는 긴장감이 돌고 있고 중국과 EU 사이에도 논쟁이 있었다”며 “그러나 중국과 EU 관계의 본질은 평화 발전이고 이를 촉진하는 것은 대립이 아닌 협력”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도 “이번 협정은 세계 최대 신흥 경제 대국과 세계 최대 선진국 그룹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줬다”며 “양측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미국의 일방적 헤게모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자오쥔제(趙俊杰)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이념적 정치적 이견을 극복하고 민감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했다”며 “양측은 미국의 은밀한 방해를 일축하고 협정을 체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렇듯 EU는 중국 시장 진출권을 얻고 중국은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흔드는 성과를 거뒀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양측의 투자협정은 EU 회원국과 EU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EU 의회는 강제 노동 금지 등 노동자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이 협상 타결을 위해 강제 노동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준수를 약속했지만 세부 내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강제 노동과 인권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EU 의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강제 노동 문제는 투자협정 협상 막바지 최대 걸림돌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EU에 관세폭탄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친 뒤에 차를 타고 숙소인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EU의 두 축인 독일과 프랑스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EU를 비롯한 동맹국에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와 독일산 항공기 부품과 주류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USTR은 EU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역량이 급감했을 때의 자료를 근거로 미국산 제품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반발해왔다. 이후 EU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똑같이 관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보조금 문제로 10년 넘게 갈등을 겪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0월 EU가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며 미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이에 미국은 와인, 위스키 등 75억달러(약 8조1300억원) 상당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EU는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에 40억달러(약 4조336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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