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타인의 성과 모방과 부정경쟁방지법 적용의 문제

데스크 2020. 12. 3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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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창조적 결과물 보호받는 법적장치"
"다만 결과물에 대한 노력과 투자 입증돼야"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포항 덮죽집은 출연한 바로 다음날 상표출원을 타인에게 뺏기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덮죽의 레시피를 그대로 모방한 덮죽집 프랜차이즈 가맹점까지 모집하는 일까지 일어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포항 사장님이 빠르게 여론에 호소를 하면서 사태는 잘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창조적 결과물에 대한 악의적 모방을 어떻게 대응하고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발명을 보호하는 특허권, 브랜드를 보호하는 상표권은 기본적으로 선발명주의 또는 선사용주의가 아닌 먼저 특허청에 권리를 신청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선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창작물의 공개 전에 특허청에 출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적인 조언을 미리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 뿐 아니라, 선출원주의의 원칙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바쁜 와중에 미처 챙기지 못해서 특허권과 상표권을 적시에 출원하지 못해서, 위 사례와 같이 타인에게 아이디어와 브랜드를 뺏기는 경우가 실제로는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특히, 소규모의 자영업자들, 개인발명가들,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은 타인의 의한 악의적 모방이나 편취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특허권이나 상표권으로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상태의 창조적 성과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한데, 그러한 장치가 바로 부정경쟁방지법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상당히 많은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몇가지를 예를 들면 상표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주지저명한 상태에 이른 영업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 어느 정도 축적된 영업표지의 저명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 제품의 원산지나 생산지를 오인혼동케 하는 행위, 출시된지 3년이 안된 신제품의 형태를 모방하는 행위 등이다.


포항 덮죽 사건의 경우 공중파 예능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주지상표에 대한 수요자의 오인혼등을 방지하기 위한 상표법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규정에 의해서 상표권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 덮죽 레시피에 대하여 특허법상 공지예외주장 규정에 의하여 레시피를 특허출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제카목의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상기 규정에 의하면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라고 한다. 즉 누군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창작물, 예를 들어 독창적인 디자인의 신제품, 예전에 없던 맛있는 신메뉴, 기발하고 독창적인 사업모델 등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 성과물을 타인이 무단으로 모방하거나 사용한다면 이 규정에 근거에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그 문구 상 타인의 창조적 성과를 모방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행위에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엄격한 조건을 요구한다. (또는 이를 타인의 성과를 모방하는 행위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조항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타인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취득해서 사용하는 행위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흑돼지 이베리코 프랜차이즈 업체가 제카목의 규정을 근거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소송에서 광주지법은 "자신만의 '영업의 종합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시장 조사, 동종 영업의 영업 형태 조사 등으로 상당한 노무를 투입했다거나 상호, 표장, 매장 인테리어 등의 디자인을 기획하고 구체적인 안을 설계하기 위해 전문적인 디자인 용역회사 등에 용역 대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상당한 자금을 지출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해 창작자가 상당한 노력을 투입했다는 것을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이 영세한 창작자가 특허권 보호, 상표권 보호를 해놓지 않아서 최후의 수단으로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를 구하더라도 자신의 창조적 결과물에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지출했다는 것을 반드시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창작을 이루기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창작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수반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david@jeeshim.com)

데일리안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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