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취재원 보호 부탁하는 기업들

문채석 2020. 12.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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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 보호 부탁드립니다. 업체명은 당연히 안 되고 업종도 쓰지 말아주세요."

아시아경제가 30일 자로 보도한 '탄소배출권 기업 부담 1년 영업익 다 날아간다'와 관련해 관련 기업과 단체 관계자는 한결같이 '익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업이 입을 다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언론을 이용하는 이유는 규제 완화 등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불리한 이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정책 수립에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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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취재원 보호 부탁드립니다. 업체명은 당연히 안 되고 업종도 쓰지 말아주세요."

아시아경제가 30일 자로 보도한 '탄소배출권 기업 부담 1년 영업익 다 날아간다'와 관련해 관련 기업과 단체 관계자는 한결같이 '익명'을 요구했다. '정부에 찍힐까 봐 걱정된다'라는 이유에서다.

정치권과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뜨거운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면 '업종까지 가려달라'라고 요청하는 일은 드물다. 그만큼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의 걱정이 괜한 것도 아니다.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로 정유업계가 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취재원을 찾아나섰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다.

주무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저 소문만으로도 '입단속' '몸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괜히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가는 두고두고 주무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입을 다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다배출 업종으로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업이 꼽힌다. 2050 탄소중립에 필요한 신기술인 수소환원제철기술, 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을 만드는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정부 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마땅하다. 오히려 부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여당의 21대 총선 대승 이후 '거여(巨與)+큰 정부'가 된 마당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신경 쓰는 정책에 대해 누가 소신껏 쓴소리를 하겠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이 미는 정책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야 하는 부처, 그런 부처의 심기를 걱정해야 하는 기업. 이게 과연 정상적일까.

기업이 언론을 이용하는 이유는 규제 완화 등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불리한 이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정책 수립에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하루에 수백 개의 보도자료를 낸다. 사실과 다른 부분뿐 아니라 정책 의도와 다른 보도에 대해서도 '설명' '해명' '반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자료를 낸다. 다른 주체를 견제할 카드가 무수히 많은 셈이다.

탄소중립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기업이 만든다. 기술을 만드는 데 규제가 방해된다는 기업의 메시지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 탄소중립 속도가 더뎌지는 것은 물론 견제와 균형 원칙을 어긴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 2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정당·입법 청렴도에 10점 만점에 2.64점을 줬다. 정부는 법과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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