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

2020. 12. 3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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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경자년 2020년도가 저물어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고통스럽게 일상을 살아왔다. 그나마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시작된 것은 내년 신축년을 앞두고 코로나19에 빼앗긴 일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게 한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을 지난 1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일이다. 현재 한국의 인구 변화 문제는 급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총인구의 감소뿐만 아니라 연령 구조와 지역적 분포의 불균형이 심해서 사회에 미칠 충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합계출산율은 0.92로 세계에서도 유례 없이 낮아진 반면 고령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해 2025년에 고령화율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제4차 기본계획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 ‘모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되는 사회’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는 네 가지 영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몇 가지 진전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기본계획 방향이 국민의 삶을 중심으로 새롭게 제시된 점이다. 출산율이라는 국가적 목표 지향을 벗어나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목표 제시가 새롭다.

둘째, 가장 부담이 큰 임신·출산 전후 시기의 육아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 ‘3개월+3개월 동시 육아휴직제’가 도입되면 생후 12개월 내 자녀가 있는 부모 모두가 3개월간 육아휴직을 쓸 경우 최대 15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예술인,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모든 취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대상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으로 이원화돼 있는 보육지원제도를 영아수당 하나로 합쳐 지원액을 매년 높여간다는 것이다.

셋째, 여성이 ‘평등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기업 내 성차별·성희롱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절차를 신설했다. 기업이 반복적으로 성차별을 할 때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기업의 직원 채용 성비, 임직원 중 여성 비율, 성별 임금 격차 등의 정보를 공시토록 하는 ‘성평등 경영공표제’도 신설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지원제도인 ‘새일여성’ 인턴을 마친 후에도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넷째, 돌봄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게 하고, 공공에서 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고령자 고용장려금 확대 정책을 통해 고령자를 새로운 삶의 주체로 보고 노동시장 참여 보장의 방향을 설정한 점이다.

이처럼 제4차 기본계획은 나열된 개별 정책만 놓고 보면 의미가 있으나, 큰 틀에서의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분명 한계가 있다. 첫째, 제4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정책의 상당수는 이미 발표된 내용을 다시 제안한 데 불과하다. 둘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등의 불안정 고용 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여전히 미흡하다. 그리고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관련 정책이 부족하고, 출산을 비용 부담 문제로만 간주하고 있다.

셋째, 지방 공동화와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 중심을 중앙정부의 보육과 육아 지원에서 지역거점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넷째, 고령화 관련 정책 중에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내용이 없어 저출산 대응과 함께 고령사회를 준비한다는 기본계획의 취지가 퇴색됐다. 다섯째, 대부분 지원책이 준비 미비로 2022년부터 시행하게 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년에 시행될 제4차 기본계획 1차연도부터 더욱 정교한 정책 프로그램과 과감한 재정 투자가 요구된다. 그래야만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고, 행복한 어르신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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