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사투 1년 지나도 왜 여전히 터널 속인가

2020. 12. 3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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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의견 무시가 대유행 불러
정부, 의료진의 사기 꺾지 말아야
이세라 바로척척의원 원장·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중국 우한에서 신종 폐렴이 처음 보고된 지 31일이면 꼭 1년이 된다. 지구촌에 팬데믹을 초래한 코로나19 재앙으로 지구촌 인구의 1% 이상이 감염됐고 17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한국에는 1월 20일 첫 중국인 확진자가 입국했고 지금까지 1년간 우리 국민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전쟁 같은 지난 1년을 잠시 돌아보자. 국내에 첫 확진자가 보고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월 26일 설 연휴였지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당시까지 ‘우한 폐렴’으로 불렸던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발 입국의 전면 금지 등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정부에 강력히 권고했다.

이후에도 의협은 3월 27일까지 모두 8회나 중국발 입국 금지를 권고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모두 묵살했다. 심지어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월 26일 국회 질의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발언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따져보자. 중국발 입국자를 철저히 차단한 베트남과 대만의 경우 상당히 안전해졌다. 30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인구 2383만명인 대만이 795명이고, 9776만명인 베트남은 1454명뿐이다. 인구당 확진자 비율을 비교하면 한국이 대만의 약 30배, 베트남의 약 100배나 된다.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철저히 차단한 대만·베트남과 한국의 성과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다.

그런데도 정부에 방역 대책을 조언해온 A교수는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반대했다. 그는 “물류와 사람을 막으면 실익이 없다. 입국을 거절하면 밀입국의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폈지만 오판이었다.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는 의협 등 일선 전문가의 입국 통제 건의를 무시하거나 흘려 들어 큰 대가를 치렀다. 그뿐만 아니라 1, 2, 3차 대유행 와중에 사망자가 이렇게 늘어난 것도 따지고 보면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예컨대 3월 27일 의협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병실 상황에 따른 중환자 배분 및 이송 시스템, 의료진의 지역 분산 투입 컨트롤 체계를 제안했다. 하지만 병실 1만개를 준비하겠다던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더니 3차 대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자 부랴부랴 민간병원에 병상 동원령을 발동했다. 그런데도 친정부 성향의 B교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공의료 확대를 고집했다.

백신 수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관련 위원회 15명 중 민간인은 2명뿐이었고 의사 결정도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결국 우리나라의 백신 도입은 큰 차질이 빚어졌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미 800명을 돌파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희생자(39명)의 20배를 넘었다. 추가적인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박자 빠른 과감한 대응도 절실하다.

예컨대 적정 수준의 2차 병원이나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인 코호트 격리 병원과 요양병원에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진을 속히 보내줘야 한다. 일본처럼 코로나 대응에 동참한 병원에는 기존 매출액의 최대 3배까지 치료비를 선지급하는 파격적인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 사투 와중에 정부는 의사와 간호사 집단을 갈라치기 했다. 지금도 의대생들의 국가고시를 놓고 몽니를 부린다. 정부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1년이 지나도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터널 속이지만, 그래도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코로나19 극복의 빛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이세라 바로척척의원 원장·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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