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9단 선택은 와플메이커·모션베드
# IT 기업 개발 직군에서 근무 중인 김 모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벌써 반년 가까이 재택근무 중이다. 최근에는 지인과의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며 하루 24시간 중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90% 이상이 됐다. 그러자 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던 김 씨는 요즘 ‘힐링가전’이나 관련 기기 구매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도, 헬스장도, 노래방도 못 가고 마사지도 못 받으니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다. 집이 곧 생활 공간의 전부가 됐으니 오감을 즐겁게 해줄 가전기기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콕생활’이 길어지자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막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도와주는 상품들이 각광받고 있다. 늘어난 가사 노동 부담을 줄여주고,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는 ‘집콕용 힐링가전’이 대세다. ‘집콕 9단’이 되기 위한 필수템은 무엇일까.

▷집밥 이어 ‘집디’…와플메이커 644%↑
외식하러 나가기는 불안하고 배달 음식도 물렸다. 해법은 집쿡. 롯데하이마트에서는 2020년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음식물 처리기 매출이 2019년보다 각각 20%, 150%, 620% 급증했다. 요리는 물론, 뒤처리도 손쉽게 끝내려는 집콕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집밥’만이 아니다. 디저트도 집에서 해먹는 ‘집디’가 인기다. G마켓에서는 최근 한 달(2020년 11월 22일~12월 21일)간 와플메이커 판매가 지난해 동기 대비 644%나 급증했다. 최근 ‘크로플(크로와상+와플)’이 유행하자 집에서 직접 해먹으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 이어 전기그릴·전기팬 용품(267%), 주방조리가전(210%), 제빵기·제과기(82%) 순으로 판매가 늘었다. 커피추출기, 전동그라인더 등 홈커피 관련 제품도 같은 기간 각각 102%, 86% 더 잘 팔렸다.
아이들 간식용 빵, 과자도 빼놓을 수 없다. CJ오쇼핑은 2020년 6월 ‘리비에라앤바 에어프라이어 멀티오븐’ 판매에 나서 약 1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닐슨코리아는 2020년 국내 베이킹믹스 시장 규모를 2019년보다 26% 증가한 26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65인치 이상 대화면 TV, 게임 인기
먹었으면 놀 차례.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유튜브, 넷플릭스가 ‘온라인 테마파크’다. 영상을 보다 큰 화면에서 생생하게 즐기려는 집콕족들은 TV와 주변기기 교체에 나섰다.
롯데하이마트의 2020년 4분기 TV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같은 기간 노트북, 데스크탑, 태블릿PC 등 PC기기 매출액도 15% 증가했다. 티몬에서는 홈엔터테인먼트 가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73% 급증했다(2020년 12월 기준). 음향기기·오디오(532%), 빔프로젝터(123%)는 물론, 가볍게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태블릿PC 매출 증가율은 무려 300% 이상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성장으로, TV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선택폭이 더욱 넓어졌다. 음악을 재생하거나 홈트레이닝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65인치 이상 대형 제품 구매 문의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 관련 용품도 인기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영상 플레이어 용품 판매량의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이 451%에 달했다. 이어 게임·소프트웨어(300%), 그래픽카드(111%), 가정용 게임기(74%) 순이었다. 취미 용품도 수요가 늘었다. 실꿰기·구슬꿰기 장난감 판매량은 같은 기간 276% 늘었다. 클레이·점토놀이(189%), 비즈공작놀이(111%), 프라모델(71%), 직소퍼즐·액자(69%)가 뒤를 이었다.

▷안마의자·모션베드·목베개 ‘불티’
재택근무도 근무는 근무. 집에만 있어도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다. 안마의자 등 피로를 풀어주는 ‘휴식가전’이 잘 팔리는 이유다.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안마의자에 대한 문의와 방문량은 최근 전년 대비 20~30%가량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목 추간판(디스크) 탈출증, 퇴행성 협착증 치료 목적을 위한 견인 의료기기 ‘팬텀 메디컬’을 찾는 발길이 특히 늘었다고.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평소 관련 증상이 있는 데다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안마의자로 단순히 마사지를 받는 것을 넘어 음악을 듣거나, TV로 영화 관람을 하거나, 홈트레이닝 후 스트레칭을 하는 등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침대 매트리스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은 ‘모션베드’도 수요가 늘었다. 바디프랜드는 전체의 35% 수준이었던 라클라우드 모션베드의 판매 비중이 2020년에는 60%까지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숨편한 모드’ ‘속편한 모드’ ‘허리편한 모드’ ‘다리편한 모드’ 등 여러 케어 프로그램이 적용돼 집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과 움직임에 최적화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소형 마사지기 판매가 66% 늘었다. 집에서 간편하게 눈, 손 등 부위별 마사지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하는 부위 근육에 직접 갖다 대어 통증 완화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마사지건 등 제품군이 다양해지며 관련 시장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 송창현 롯데하이마트 생활3팀장은 “해외여행, 마사지 등 외부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휴식가전 구매가 많아졌다”며 “마사지건은 비교적 부피가 작아 헬스장 등 외부 운동 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뭉친 근육을 간편하게 풀어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G마켓에서는 수면, 목욕 관련 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최근 한 달 목베개·안대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동기 대비 369%에 이른다. 욕조와 욕조 덮개도 각각 333%, 97% 더 잘 팔렸다. 김한수 G마켓 리빙팀장은 “코로나 이후 외출을 자제하는 대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요리, 커피, 게임 등 각종 손으로 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의 판매 수요가 급증했다”며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0호 (2020.12.30~2021.01.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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