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교육청 노조위원장의 삶 이야기
[김철관 기자]
퇴직을 앞둔 서울시교육청 공무원이 과거 면서기, 행정실장에 이어 노조위원장으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담은 책이 출판됐다. 특히 공직생활 40년 동안 현장경험 그리고 14년간의 노동조합 활동과 노조위원장으로서의 고정관념을 깬 파격적 활동이 눈길을 끈다,
▲ 표지 표지이다. |
ⓒ 리즈앤북 |
경북 안동이 고향인 저자는 네 자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남자 같은 행동을 해 모친이 유독 그에게 남자 양복을 지어 입혔다는 것이다.
"소백산 아래 초암사 비구니 노스님은, 내가 상좌로 오면 당신이 떠나시고 난 후, 내가 후임을 맡아 주기를 원했다. 그 후 경북 영주의 시골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여름방학이면 학생들을 데리고 초암사로 하계 연수를 다니기도 했고, 한동안 노스님을 모시고 바깥구경도 시켜드리곤 했으나, 그 이상은 나아가질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출가를 결정적으로 포기한 것은 친정어머니가 자리에 드러누웠기 때문이다. 또한 고운사의 큰 스님도 그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정이 너무 많아 스님은 못 되겠네. 스님이 되지 말고 재가 신도로 남거라'라는 말도 비구니의 꿈을 접는데 일조했다. 이 시기 부친의 광산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 작용했다.
"암자로 가는 길은 언제나 고행길이었다. 한여름 뙤약볕에 두세 시간 걸리는 산길을 혼자 타박타박 걸으면서 반야심경도 외우고, 자연과 함께 하면서 자신을 치유하며 많이 정화시키려 애썼다. 눈 내리는 겨울 암자와 겨울 산을 겁도 없이 홀로 몇 시간씩 올랐던 기억들, 생과 사의 길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청춘 시절은 자연과 하나 되고, 종교와 하나 되는 물아일치의 경지를 자주 접하면서, 삶의 이정표를 세워 나가며 인생의 참 의미를 체득해 나갔던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14년 동안의 노조 활동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이면의 힘은 방황하고 고뇌하던 20대 청춘 시절의 내면의 축척된 강인한 삶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내게는 한국인 특유의 인문학적 감성과, 자연과 하나 되는 DNA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나를 자연에 온전히 맡긴 채 사유하고자 했던 진지함과 그것들을 이겨 내고자 했던 의지가 있었기에 소위 '세상 겁날 것이 없는 노조위원장'의 모습으로 노조활동을 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80년대 최말단 8~9급의 공무원을 '면서기'로 불렀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 선생도 모르게 공무원시험을 봐 합격을 했다. 80년 1월 8일 졸업을 하자마자, 그해 2월 11일부터 곧바로 근무를 했다. 고향 안동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경상북도 한 군청 읍사무소에서 발령장을 받고 간 곳은 비포장 길이 연속인 면사무소였다.
바로 이곳에서 공무원 초봉 7만원의 면서기 생활이 시작됐다. 휴일도 근무를 해야 해 일상생활이 불편했다. 이때 눈에 띈 것은 '경북교육청, 교육행정직 공무원 20명 공개채용' 신문 광고였다. 바로 합격을 해 1980년 12월 1일 자신의 모교인 경북 안동의 한 중학교로 발령이 났다. 졸지에 '면서기'에서 '중학교 행정실 주무관'으로 공직생활이 시작됐다.
"아침 식사 전에 야쿠르트와 안동 생마를 갈아 남편에게 건넨다. 두 번째는 나의 여성호르몬 생성을 위해 복분자, 키위, 블루베리, 바나나를 넣고 간다. 세 번째는 남편이 아침과 저녁에 마실 수 있게 살짝 익힌 서리태콩을 한 주먹, 소주 한 컵 분량의 살짝 볶은 검정깨, 아몬드와 잣, 호두 등을 조금씩 넣어 갈아 두 컵을 만든다. 넷째는 제철 과일인 토마토와 사과, 귤 등을 갈아 남편과 아들에게 건넨다. 그리고 난 후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 본문 중에서
그가 10여 년 간의 노조위원장 힘든 활동을 견디며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점은 집 정원 가꾸기와 동네 선사주거지 산책의 힘이었다.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쌓인 불안과 초조, 이해관계로 오는 갈등 등 켜켜이 쌓여 가는 무수한 스트레스를 화초 키우기로 풀었다. 결혼 후 이제까지 우리 집 거실과 베란다에 살림살이 그릇대신 크고 작은 나무와 화분이 90여 개나 된다. 또한 암사역사공원 선사주거지는 그냥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닌 사유의 정소이고 반성의 장소이다. 이곳을 걸으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생각을 가다듬고 행동을 반추한다. 걸으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즉시 메모한다." - 본문 중에서
교육행정직렬 6~7급 중 최상위 직급에게 부여한 '행정실장'은 노조위원장인 그와 노조집행부가 서울시교육청 총무과에 강력한 요청에 의해 지난 2013년 7월 1일부터 훈령으로 제정돼 사용됐다.
그가 2011년 11월 11일 101명의 조합원으로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서일노)를 창립하게 된 동기는 과거 곽노현 교육감 취임 후 당시 학교장들의 각종 비리 의혹, 기능직과 일반직의 공정하지 못한 직종통합, 기존 노조의 불공정한 행태 등이었다. 노조위원장을 그만 둔 2020년 6월 30일 현재 3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상태이다.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느 초등학교의 액자 속에 빛바랜 문구인 '바보는 늘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에서 행동의 중요성을 알았다. 퇴임사를 통해 인용한 '삶에서 가장 위대한 영예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넬스 만델라 전 대통령이 남긴 글이 자신을 굳건하게 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공무원 노조위원장의 기준(像)으로 ▲ 훌륭한 인성과 품성, 높은 공감 능력 ▲ 10년 이상 공무원 생활한 사람 ▲ 정책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노력 ▲ 사심이 없는 사람 ▲ 조합원 과반수 이상 직렬에서 맡아야 ▲ 노조위원장 급여, 본인 직급에 맞게 지급 ▲ 열정 넘치는 사람 등을 제시했다.
교육청 공무원 후배들에게도 ▲ 자신이 속한 조직을 진심으로 사랑하라 ▲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모든 사람을 인격체로 대해야 ▲ 비굴해하지 말고 당당해야 ▲ 조직에 무관심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라 ▲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해 적극적인 사람이 돼야 ▲ 상생의 마음으로 화합해야 등을 강조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과 한국노총 대표변호사 출신인 국민의 힘 김형동 국회의원, 양홍주 전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장, 최기찬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장 등이 추천사를 썼다.
책을 읽으면서 상생과 화합을 실천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은 그의 이력에서 앞으로 더 기대되는 영원한 현역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윤석열 23.9%, 오차범위 밖 첫 단독 선두 - 오마이뉴스
- 아빠가 어떻게 죽음을 극복하는지 지켜봐라
- 지구상에서 사라지던 '악마'들의 부활... 신기한 변화
- "오늘까지 퇴근 못한 601명... 의원님들 행복하십니까"
- '문재인·조국 아웃'에 3천만원, 대북전단 단체에 수백만원
- 젊은데 귀촌해서 뭐하냐고요? 벌 키우며 유튜브 합니다
- '벌거벗은 세계사' 설민석 강의, 이번에도 틀렸다
- 신규확진 808명, 이틀째 1천명 아래… 사망 11명 늘어
- [부산시장 보선] 박형준 27.4%, 이언주 13.0% 1·2위
- 당국 "영국발 입국자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