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기자 절반 이상 "생계 위해 투잡중" .. 80%는 연소득 1000만원 미만

조인경 2020.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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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방송연기자노조, 공동 실태조사 .. 제도개선 추진
2명 중 1명만 서면계약 체결 .. 차기출연 이유로 출연료 삭감도
아동·청소년 배우 연평균 14.4일 결석, 4.7일 조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연기자 10명 중 8명은 한해 1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10명 중 5명만이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쪽대본 관행은 물론 야외촬영 수당이나 식대 미지급, 장시간 연속촬영 등 방송촬영 현장에서의 부당 대우와 열악한 조건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계약 및 보수지급거래 관행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연기자 560명과 노조원 49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방송연기자 중에는 배우가 72.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우(10.2%), 코미디언(9.6%), 무술연기(8.2%)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성인 연기자가 92.0%, 아동·청소년 연기자가 8.0%였으며, 출연매체는 방송이 85.9%,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 등 인터넷플랫폼이 14.1%였다.

방송연기자 절반 이상 "생계 위해 투잡중"

연기자 노조원 4968명에 대한 출연 수입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 평균 2812만3000원이던 출연료는 2016년 2623만8000원, 2017년 2301만1000원, 2018년 2094만3000원, 2019년 1988만2000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었다.

금액별로 따져보면 10명 중 8명(79.4%)이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었고, 1억원을 넘는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또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연기자가 전체 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했고, 수입이 1000만원 미만인 연기자에 대한 지급분은 5%에 불과해 양극화가 매우 심각했다.

방송연기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29명의 연평균 출연료 수입은 1997만원이었으며, 연기자 외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전체의 58.2%를 차지했다.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는 이유는 생계비 보전이 78.5%로 가장 많았고, 추가적 수입(9.5%), 진로변경(2.8%) 등이 뒤를 이었다.

쪽대본에 출연료 삭감, 18시간 이상 연속촬영 등 부당대우

이들 연기자 가운데 출연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는 2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560명이 지난해와 올해 출연한 1030개(1인 최대 3개 답변) 프로그램에 대한 계약 관련 조사 결과, 49.4%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29%는 구두계약, 21.6%는 등급확인서(방송사가 1~18등급으로 연기자 경력·등급 평가) 등 다른 문서로 갈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서면계약체결의무(제7조 제2항)를 규정하고 있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서면계약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출연자는 서면계약이 42%에 불과했으며, 46.7%가 구두계약을 맺고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야외수당이나 식비, 가산료(일일, 미니, 주말 드라마 등 출연·방영시간 및 노력의 차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금액) 등 출연보수에 대한 정확한 정산내용을 받지 못한 경우도 43.2%에 달했다.

제작 현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로는 일명 '쪽대본'으로 불리는 촬영 직전 대본을 받은 경험이 33.4%나 됐으며 ▲차기출연을 이유로 출연료 삭감하거나(27.1%) ▲야외비·식대 미지급(21.8%) ▲18시간 이상 연속촬영(17.9%) ▲편집 등 이유로 출연료 삭감(12.5%)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 불공정한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연기자 출연료 차별에 학습권 침해까지

심지어 아동·청소년 배우의 경우 서면계약서 작성은 성인 연기자(50.9%)에 크게 못미치는 30.7% 수준이었다. 또 응답자 중 66.7%가 밤 10시 이후 야간촬영을 한 경험이 있었지만 '촬영 전 대체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43.3%, '동의를 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26.7%,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는 30% 등이었다.

이들 조사대상 아동·청소년 배우 중 62.2%는 성인 연기자와 비교해 출연료 차별을 받았다고도 답했다. 하지만 계약 체결이나 제작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나 차별, 인권침해 등을 당한 경우에도 '그냥 참고 넘어간다(60.5%)'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소속사와 상의해 대응한다(37.2%)', '보호자와 상의해 대응한다(30.2%)' 순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한편, 조사에 응한 아동·청소년 배우 중 82.2%는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며, 응답자 전원은 방송 출연시 보호자가 동행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배우에 대한 학습권 등은 미흡해 지난해 촬영을 이유로 한 결석은 1인 평균 14.4일, 조퇴일은 4.7일이었다.

표준계약서 미사용·불공정 약관 다수 발견

서울시는 방송연기자들의 출연계약서 8종을 입수해 법률검토도 진행했는데, 그 결과 표준계약서 미사용을 비롯해 ▲제작사 책임 축소 및 면책, 전가 ▲연기자의 지적재산권 포괄적 이전 ▲소송제기 금지 ▲과도한 위약금 등 불공정약관이 의심되는 조항들이 다수 발견됐다.

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해 관련법령 및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부서와 국회, 방송사·외주제작사와 협력해 개선 방안을 도출해 나가기로 했다.

또 계약서 사전검토 및 수익배분·저작권 침해 등의 피해구제, 법률서식(내용증명, 고소장 등) 작성 등을 무료로 지원하는 '문화예술 불공정상담센터'를 통해 방송연기자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지원 범위도 기존 예술인에서 영세 외주제작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열악한 여건과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연기자들의 창작 의욕 저하는 대중문화산업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문화산업 성장을 위한 개선방안을 도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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