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하루 전 숙박 강제 취소.."고객 분노, 누가 책임질 것인가"

차민영 2020. 12. 23. 11: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거리두기 3단계 대신 '핀셋 방역'
크리스마스 연휴 하루 전날 발표
객실 예약률 50% 넘으면 적발
업계, 취소 기준 마련 쉽지 않아
정책 바뀔 때마다 일선 직원들 고통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하루새 정책이 계속 바뀌는데 현장에서는 스트레스가 폭발 직전입니다. 크리스마스 대목 하루 전에 숙박 강제 취소를 당한 고객들 분노는 누가 감당하나요?"

정부가 거리두기 3단계 상향 대신 연말 특별방역정책으로 내놓은 '핀셋 방역' 정책이 숙박업계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고 주먹구구식 정책을 내놓으면서 취소 통보를 받은 고객들이 쏟아낼 분노를 감당하는 것은 일선 직원들의 몫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전날 식음(F&B) 서비스부 직원들에 이어 오늘은 객실영업팀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고객들께 '죄송하다'고 답하고 있는데 하루 종일 욕먹고 사과하다보니 진이 다 빠진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지난 22일 주요 관광지 숙박업소 객실 이용률을 50% 이하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특별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수도권 내 거리두기가 강화된 가운데 지역별 여행 수요가 늘면서 숙박부터 틀어막겠다는 취지다. 25일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 연휴를 포함한 오는 1월 3일까지 전국에서 적용된다. 주민등록등본상 거주지가 동일한 가족을 제외한 5인 이상 모임도 금지됐다. 적발 시 사용주와 이용주 모두에게 각각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루 앞두고 50% 줄여라, 현장 혼선

숙박업계에서는 손님들이 몰리는 극성수기 모호한 정부 지침으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을 빚게 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 비상 사태에 따른 취소ㆍ환불 규정을 정부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속 주체가 업소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만큼 지자체별로 세부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업체에서도 고객 응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도 내 A호텔 관계자는 "12월 평균 숙박률이 50%가 안되는 곳이 대부분이라 더 줄일 것도 없다"며 "50%라는 기준은 어떻게 세워진 것인지도 설명을 듣지 못해 업체 입장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강제 예약 취소 통보 기준을 정하는 방법을 두고 고심 중인 곳들이 많다. 동시 투숙객 수가 비교적 많고 지방에 위치한 리조트 쪽에서는 연말 손님들이 몰리면서 대부분 50% 이상 예약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B기업의 경우 전국 리조트 객실 예약률이 12월 24~26일 평균 51%, 31일~1월2일 평균 75%에 달한다. C기업 역시 강원권 내 리조트 객실 예약률이 평균 90%가 넘었다. 연초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정동진 등 강원도 내 예약률은 80~90%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기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프라이빗 펜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책은 정부가, 욕 먹는건 우리

호텔들은 손님들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 중이다. 전날부터 안내에 돌입하고 손님들께 '자발적 예약 취소' 의사를 묻는 한편, 최근 예약순으로 손님들께 강제 취소 통보를 안내하는 곳도 있다. 서울 지역의 D호텔 관계자는 "수영장과 피트니스장도 닫고 호텔 레스토랑도 기존 면적의 60%만 사용해 간신히 운영 중"이라며 "매번 달라지는 지침을 고객들께 안내할 때마다 현장 직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우울증이 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중대 발표 전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사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단속 주체인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엇박 정책을 펼치는 곳도 나왔다. 해돋이 명소들이 포진된 강원도 속초시는 지난 19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5단계로 낮췄다가 주요 관광지 폐쇄 등 중앙 정부 방침이 발표된 이후 입장을 바꿨다. 확진자들이 나올 경우 2단계로 다시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속초시는 당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천차만별 위약금 규정, 소비자 피해도

소비자들 역시 예약 취소를 하고 싶어도 위약금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몰라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펜션들 중에는 특급호텔처럼 회전율이 높지 않아 최소 7~15일 이전부터 예약 취소가 불가능하도록 위약금 규정을 내건 곳이 많다. 실제 정부 공식 입장은 공정위 위약금 50% 면제 기준을 내걸고 있다. 호텔과 리조트의 경우 대체로 소비자들에게 위약금을 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생활고에 몰린 중소형 펜션 등의 경우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대형 온라인 여행ㆍ호텔 커뮤니티에서 중소형 펜션을 운영하는 김진호(가명)씨는 "고객 분들과 위약금을 두고 싸울 때마다 대응이 참 어렵다"며 "어제 하루만 해도 예약 취소가 수건인데 연말 고객들을 놓치고 나면 내년까지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것은 가장 중대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사전에 호텔협회 등을 통해서 미리 언질을 줬다면 업계 차원에서 대응 준비를 했을 것"이라며 "연말에는 신용카드사 등과의 협업 마케팅도 많은 시즌이고, 특히 로열티가 높은 VVIP 대상 이벤트가 많은데 이들에게 불쾌한 이미지를 줄 경우 단순히 눈에 보이는 매출 이상의 유무형적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