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택배 좀 그만 보내세요" 코로나 최전선 간호사의 호소
“제발 부탁드립니다. 병원으로 택배 좀 그만 보내세요.”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해서 한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강모씨가 한 말이다. 최근 강씨의 일과 중 하나는 병원 한쪽에 쌓여있는 택배 물품을 정리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급증하자 면회가 제한된 보호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택배로 보내고 있어서다. 이 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앞으로 매일 택배 15~20개 정도가 배달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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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 확인 위해 뜯어보고 분리수거도”
강씨는 “위험 물품 반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택배 내용물을 전부 열어보고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는 택배를 보내지 말라고 안내하지만 배달되는 물품은 각양각색”이라고 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배달 음식을 도시락인 것처럼 위장해 책 밑에 숨겨서 보내거나 굳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과일이나 과자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강씨는 “환자 보는 시간도 빠듯한데 이걸 다 확인하고 분리수거를 하려니 너무 힘들다”며 “경증 환자들의 경우 2주면 퇴원하기 때문에 보호자들도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지는 가운데 방역 최전방에 서 있는 의료진들의 고통은 더해지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방역복을 입고 3시간 넘게 환자를 보는 것도 일상이 됐다. 강씨는 “의료진이 부족해 간호사 4명이 8시간 동안 환자 40여명을 상대한다.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충원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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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환자 격리하자 감금했다며 난동”
코로나19 초기 발생 때와 달리 방역 수칙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으로 폭언과 폭행 위협도 늘었다고 토로했다. 강원도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 10월 병원 내에서 환자가 난동을 부려 경찰까지 출동한 적이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환자가 발열이 있어 격리구역에 배정하자 ‘그냥 아파서 온 건데 무슨 코로나냐’며 뛰쳐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못 나가게 말리자 해당 환자는 급기야 “의료진이 자신을 감금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A씨는 “어떤 환자는 병원 건물에 출입을 못 하게 하자 ‘내가 다 퍼뜨려 버릴 것’이라며 마스크를 벗는 경우도 있었다. 또 난동 부리는 환자를 제압하려 신체 보호대를 묶자 동료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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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 “안전 보장 매뉴얼 있어야”
지난 10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개 국립대학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립대병원 내 폭행 및 난동 행위’의 발생 건수는 ▶2015년 29건 ▶2016년 74건 ▶2017년 92건 ▶2018년 149건 ▶2019년 128건으로 증가 추세였다. 코로나19가 터진 이번 해에는 1월~6월 상반기에만 87건이 발생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현장에 투입된 간호사들이 보호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병실 투입 권장시간인 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거나 PAPR(산소 공급기)용 후드를 최대 1개월까지 재사용하는 곳도 있다”며 “간호사들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호사는 단순히 서비스맨이 아니라 의료인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환자의 권리뿐 아니라 환자가 지켜야 할 윤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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