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장 출마 도와달라" 安, 김무성에 먼저 알렸다

손국희 2020. 12.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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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세미나에서 김무성 전 의원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기 하루 전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에게 연락해 결심을 알렸다고 야권 관계자가 20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안 대표가 출마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전인 19일 오후 김 전 대표와 강석호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서울시장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무성·강석호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 공동대표다. '더 좋은 세상으로'는 사무실이 서울 마포에 위치해 ‘마포포럼’으로 불린다.

여태 안 대표의 시선은 2022년 대선에 있었다. 그는 지난 7월 서울시장 선거 야권 단일화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서울시장에 절대 안 나간다”고 했고, 지난달에도 취재진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자 “몇 번만 더 들으면 백 번 듣는 질문”(11월 6일 국민미래포럼 강연)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랬던 안 대표가 돌연 서울시장 출마로 유턴하고, 이를 공식화하기 전 마포포럼에 알리면서 상의를 한 건 안 대표 입장 선회에 마포포럼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제12차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특히 안 대표가 '마포포럼' 강연자로 나선 지난 11월 12일이 반전의 시작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안 대표는 강연에서 ‘야권 혁신플랫폼’을 내세우며 “목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니라 대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안철수 출마론’이 분출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하는 야권 플랫폼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무의미하다. 서울시장 출마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에 안 대표가 “내가 나서지 않아도 서울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가면 야권에 큰 타격은 없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답하자 “서울시장을 내주면 대선도, 야권도, 대한민국도 끝이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 대표, 우리 복잡하게 이야기하지 맙시다. 만약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지고 안 대표가 독자 노선을 가면 대선에서 몇%를 득표하든지 간에 안 대표도, 국민의힘도 모두 지는 겁니다. 역사의 죄인이 돼선 안 됩니다.”

회의에 참석한 당 중진 인사는 “마지막엔 안 대표로부터 '고민해 보겠다'란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강민국, 황보승희, 이영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마포포럼 인사들은 이후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에도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의 필승 카드 중 하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김 전 대표 등 마포포럼 주요 인사들이 여의도 모처에 모여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염두에 둔 비공개 대책회의도 열었다.

이와 관련 야권 중진 인사는 “국민의당 3석 외에는 국민의힘 내부에 뚜렷한 지지 세력이 없다는 게 안 대표의 고민이었을 것”이라며 “단순히 ‘정치 원로’들의 권유 수준이 아닌, 중량감 있는 보수 인사들이 뭉친 외곽 조직이 힘을 싣는 상황이 서울시장 출마 결심에 상당히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나 마포포럼 인사들의 지속적인 도움과 설득이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정권 심판을 하겠다는 안 대표 본인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당 내부에도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여론이 있었다. 안 대표가 이런 다양한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직면한 현실 정치 상황을 감안한 타협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3석 정당에 안 대표 역시 원외 인사”라며 “당장 국회 안에서 존재감을 낼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에 안 대표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세론에 힘이 실리는 반면 안 대표는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압도적인 후보감이 보이지 않는 상황 등도 '안철수 서울시장행'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 대표는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인 19일 오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에도 이미 출마한 후보들이 있는 만큼, (안 대표와의) 단일화나 연대 논의 등은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윤정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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