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년 전 인류, 겨울 지새우기 위해 곰처럼 동면했다"
초기 인류가 겨울을 지새우기 위해 동면을 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간된 프랑스 학술지 ‘인류학(L'Anthropologie)’ 제124권 5호에서 연구진은 스페인 북부 아테푸에르카의 ‘뼈 무덤(Sima de los Huesos)’ 동굴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초기 인류의 뼈 성장이 매년 몇 개월 동안 느려진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초기 인류 뼈 화석에 보이는 손상 흔적 등이 같은 발굴지에서 발견된 동굴 곰 등 다른 동물들의 뼈 화석에서 보이는 패턴과 일치한다고 했다. 초기 인류가 극심한 추위와 식량 공급이 제한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늦추고 동면에 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 공동저자 후안-루이스 아르수아가 마드리드국립대(UCM) 교수와 안토니스 바르시오카스 그리스 데모크리토스대(DUTH) 교수는 “이 같은 이론이 공상과학처럼 들릴지도 모른다”면서도 갈라고원숭이나 여우원숭이 등 영장류도 동면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사실은 대사저하 상태의 유전적 기초 및 생리가 인간을 포함한 많은 포유류 종에 보존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현대 이누이트족 등도 혹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데 동면을 하지 않는 건 이들이 겨울에도 지방이 많은 물고기와 순록 등을 사냥해 충분한 식량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약 50만년 전 이베리아 반도는 식량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척박해 초기 인류가 동면해야 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가디언은 뼈 무덤 동굴을 ‘지구 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화석학적 보고 중 하나’라고 소개하면서 지난 30년간 동굴 지하 발굴지에서 약 4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나 그 조상 십수 명의 화석이 발굴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 동굴이 일종의 공동묘지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논쟁이 일고 있다. 패트릭 랜돌프-퀴니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가디언에 “아주 흥미로운 주장이다.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뼈 화석에서 관찰된 변형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다른 이론들도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스트링어 런던 국립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곰과 같은 큰 포유류들은 심부 체온을 충분히 낮출 수 없어 동면하지 못하며, 이들은 대신 일종의 깊은 수면 상태(torpor)에 빠지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상태에 있더라도 초기 인류의 뇌 크기는 너무 커 추가로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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