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잡은 추미애가 文과 민주당에 들이밀 청구서

정계성 2020. 1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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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산산조각도 온전하게 남아"..보상요구?
정치권, 서울시장 출마 혹은 국무총리 등 전망
비호감 추미애 전진배치 부담스러운 민주당
강성지지층 '재신임' 강력 촉구..고심 커질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며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이 붙은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문재인 정권이 부여한 임무는 간단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바통을 이은 '검찰개혁' 완수였다. 세부적으로는 정권에 칼을 겨누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를 출범시키는 것이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추 장관은 정부여당이 세운 로드맵에 맞춰 윤 총장 징계와 공수처를 출범시키는데 성공했다.


오로지 목표만 바라보고 돌진하는 추 장관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게 여권의 지배적인 평가다. 친문 핵심으로 통하는 한 의원은 "조국도 결국 검찰의 수사와 반대여론이 부담스러워 결국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추미애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끌고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 장관이 아니었다면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켜세운다.


작전을 성공리에 마친 청와대와 민주당의 다음 수순은 민심수습이다. 추윤갈등 국면에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졌다. 이대로라면 내년 재보선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도 위태롭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 재가와 동시에 추 장관의 사의를 전격 발표했다. 추 장관의 자진사의 표명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요구가 있었을 공산이 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토사구팽'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추 장관의 행보가 미묘하다. 실제 청와대의 '사의표명'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추 장관에게 자진사퇴하겠다는 기류는 전혀 읽히지 않았다. 윤 총장 징계제청하기 직전인 16일 오후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서는 "검찰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며 오히려 직무수행의 의지를 강하게 밝혔던 터다.


사의표명 발표 직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적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당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며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친문진영에 임무 완수에 대한 청구서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이미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거친 추 장관에게 집권세력이 줄 마땅한 보상책이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장이나 서울시장 후보가 거론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추 장관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며 후보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추윤갈등은 덮고 '방민경'(방역·민생·경제)을 재보선 기조로 삼으려는 민주당 입장에서 추 장관은 결코 적합한 후보가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른바 '추나땡'(추미애가 나오면 땡큐)을 외치며 되려 추 장관의 출마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나마 유력한 것은 문 대통령의 결단만 있으면 가능한 국무총리다. 추 장관이 영남출신에 여성이라는 점도 이점이다. 청와대 출신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호남출신 남성 국무총리만 두 번째이기 때문에, 다음은 지역과 성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법무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바로 영전했던 황교안 전 총리의 전례도 있다. 하지만 정권 말기 레임덕을 차단하고 '소방수' 역할을 해줘야할 국무총리에 '칼잡이'인 추 장관을 내세우는 것은 정부여당 입장에선 모험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추 장관은 럭비공 같은 존재"라며 "당대표 시절 당을 운영할 때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가 곤혹스러웠던 적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국무총리로 대정부질문에 섰을 때, 야당의원들의 공격이 거셀텐데 추 장관 성격상 가만히 있겠느냐"며 "정치적 공방 자체를 싫어하는 중도층이 떠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친문 강성지지층이 추 장관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 집권세력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윤 총장과의 대치 국면에서 꽃바구니를 보내며 지지의사를 보냈던 지지층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재신임'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해당 청원은 의무답변 기준인 20만 서명을 하루 만에 돌파했다.


청원인이자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김두일 씨는 "검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에서 가장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각료"라며 "추 장관이 정무적 판단의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장관의 직무를 사퇴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주류 세력들이 자신들의 비위나 불법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는 과정까지 추 장관이 자신의 직무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재신임해달라"고 촉구했다.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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