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이야기]세금 시각으로 본 개성공단의 운영 경험 가치

2020. 12. 18. 12: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서로의 이익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한 아방가르드(Avant-Gardeㆍ선발대) 무대였다고 본다.

남측과 협의도 하지 않고 세금 규정을 바꾸냐고 항의했지만,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세법 개정은 그들의 고유 권한이라는 방어막에 속수무책이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서로의 이익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한 아방가르드(Avant-Gardeㆍ선발대) 무대였다고 본다. 오랫동안의 분단과 단절이 주는 중압감의 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통상적인 상식과 질서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남측보다 북측 개성공단의 법인세율(기업소득세율)이 10% 정도 낮았다. 이러면 남측 모기업은 개성공단의 북측 자회사에 이익을 더 넘겨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회사 전체(남측 모기업+북측 자회사)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그런데 개성공단 진출 기업 상당수는 적자가 이어졌다. 이는 절세보다 남측 모기업이 흑자를 내야 기업 신용도가 높아지고 은행 대출도 용이하다는 재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금 유인책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휴전선을 넘어 남측 백화점에서 고가로 잘 팔리는데 정작 제품을 가공하는 개성공단 기업은 적자라고 한다면, 이에 동의하는 세무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 출범 초기에는 북측 세무공무원들의 회계나 금융, 법률 지식 수준이 낮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높아져 선진국에서도 적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전가격조사(transfer pricing) 기법을 남측 기업에도 적용했다. 연방국가인 미국에서는 기업이 여러 주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을 경우 주마다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언젠가 우리에게 올 통일한국도 이럴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세원을 놓고 남북의 과세 당국이 경쟁할 수 있다.

납세자와 과세 관청의 세금 숨바꼭질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난다. 그러나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개성공단은 사정이 나을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개성공단 내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공단 사무소에 등록하고 자동차이용세를 내야 한다. 어느 날 북측 세무공무원이 개성공단 내에서 운행되는 차량 대수가 등록 대수보다 많은 것을 발견했다. 미등록 차량을 발견한 것이다. 공단 내에서 공사를 하는 남측 기업의 안전모에 찍힌 회사가 서로 다름을 발견했다. 원청업체는 개성공단에 사업자등록을 했는데 하청업체는 하지 않은 것이다. 남측 기업의 조세 회피 전략이 자칫 북측 과세 관청의 강경한 대응을 촉발할 수도 있다.

북측의 무리한 과세 방침에 남측에서 근거 과세를 하라고 반박하자 북측은 개성공업지구 세금 규정 및 시행세칙을 뚝딱 고쳐서 갖고 나왔다. 3권이 분립되지 않은 북측은 상부의 명령만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남측과 협의도 하지 않고 세금 규정을 바꾸냐고 항의했지만,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세법 개정은 그들의 고유 권한이라는 방어막에 속수무책이 됐다. 이런저런 갈등이 비등점을 향해가던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개성공단을 두고 '퍼주기 사업'과 '퍼오기 사업'이라는 주장이 대립하지만, 공단에 진출한 상당수 기업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보면 퍼오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리라.

그간의 개성공단 운영 경험은 장차 통일한국이 당면할 세금 문제에 대해 예방주사를 맞은 격이라고 본다. 개성공단이 재개될지는 비핵화 여부에 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재개될 경우의 대비책을 지금부터 준비해둬야 한다. 유용한 것이 무용한 것에 의해 손상되지 말아야 한다. 이익을 느끼는 자는 부담도 느껴야 한다는 법률 격언도 있다. 남측 기업은 회계의 투명성과 공평납세를 학습해둬야 한다. 북측의 세금 규정은 세계화 수준에 맞춰 개정할 필요가 있다. 조세 부담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야만 서로 윈윈(win-wi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