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버려도 돼" DHC 회장님 또 사고 쳤다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박철현 2020. 12. 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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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의 도쿄스캔들] DHC의 반복된 한국혐오 발언.. SNS에선 불매운동도

[박철현 기자]

  
 번역출판사로 시작해 지금은 화장품 및 건강식품, 영양보조제를 판매하는 일본의 대기업 DHC가 또다시 공공연한 차별주의적 시각을 표명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한국 DHC 홈페이지
ⓒ DHC
 
원래 번역출판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화장품 및 건강식품, 영양보조제를 판매하는 대기업 DHC가 또다시 공공연한 차별주의적 시각을 표명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DHC는 이미 작년 8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부품 수출규제 시책를 응원하면서 한국을 깎아내리는 방송을 한 게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DHC가 운영하는, 구독자 77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DHC 텔레비전'은 예전부터 거의 매일같이 혐한·혐중 방송을 하는 채널로 유명했다. 이 채널의 대표 콘텐츠 '도라노몬 뉴스'의 고정 출연자를 보면 햐쿠타 나오키, 오선화, 다케다 쓰네야스, 켄트 길버트 등등 태반이 극우주의자들이다. 특히 2018년 가을에는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아베 신조가 직접 게스트로 출연해 "아주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DHC, 또 혐한

이런 가운데 11월 하순 DHC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안 될 거야 복권의 유래에 대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안 될 거야 복권(ヤケクソくじ)'은 DHC가 올해 10월부터 시작한 일종의 경품 이벤트다. 자사 상품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매월 335명을 추첨해 1만 엔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10월에는 문제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11월분 추첨을 알리는 공개 안내문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간다.
 
"상품을 잘 포장하기 위해 유명한 탤런트를 계속적으로 기용하면서 그 쪽에 엄청난 금액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들보다 (우리가) 훨씬 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산토리(주류음료대기업, 기자 주)의 CM에 출연하는 탤런트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 일본인들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선 '촌토리'라고 야유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DHC는 홍보 탤런트를 시작으로, 모든 것이 순수한 일본기업입니다. 조금 있으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노포이지요."

(2020년 11월 주식회사 DHC 대표이사 회장 요시다 요시아키)
 
 11월 하순 DHC가 자사의 홈페이지에 '안 될 거야 복권' 11월분 추첨을 알리는 공개 안내문 마지막 부분에 "산토리의 CM에 출연하는 탤런트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 일본인들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선 '촌토리'라고 야유 받고 있습니다"라는 혐한 내용이 포함됐다.
ⓒ DHC 홈페이지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 명의로 재일 및 귀화자들을 차별하고 '촌토리'(조선인+산토리)라는 차별적 용어가 담긴 글을 당당하게 게시한 것이다. 이 안내문이 지난 15일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DHC의 상품은 사지 않겠다"라는 해시태그가 '오늘의 트렌드' 2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보통이라면 실수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상기 안내문은 그대로 게재돼 있으며 DHC 역시 별다른 언급이 없다.

엔드유저(최종 사용자)가 일반소비자인, 이른바 B to C(Business to Customer) 기업의 태도라고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이름을 알리고 싶은 중소기업의 바이럴 마케팅 전략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미 DHC는 매출 1조원에 종업원 수 3000명, 통신판매 수 1500만 명을 넘어선 중견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능성 건강보조제 분야에서는 2위 팡켈(4.6%), 3위 오오츠카 제약(3.9%), 4위 산토리 웰네스(3.7%)를 합친 12%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회장의 헤이트스피치

DHC의 이러한 행위가 용인되는 이유는 전적으로 요시다 요시아키 그룹 회장 때문이다. 요시다 회장은 예전부터 각종 필화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2월의 '회장 메시지'로, 문제가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문제는 일본인으로 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비판을 하는 불순분자 재일집단입니다. 유사일본인이라 불리는 일본인들이죠. 정치권(민주당), 아사히신문, NHK, TBS 같은 언론, 법조계, 연예계, 스포츠 분야에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연예계와 스포츠계는 그래도 영향력이 없으니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만, 문제는 정치권, 관료, 언론, 법조계입니다. 우리 국민의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중략) 사이비 유사 일본인은 필요 없습니다. 모국으로 돌아가 주세요."

(2016년 2월 회사개요 중 회장 메시지)

그리고 그는 2년 후 다시 <산케이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상기 메시지와 똑같은 주장, 아니 한층 더 나아간 무리한 주장을 전개한다. 이를테면 일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거의 반일좌익이며, 모든 방송국은 좌경화 및 조선화 되어 있고, 수많은 뉴스 방송에 와세다 출신의 재일귀화자 저널리스트, 문화인, 좌익예술인들이 평론가로 출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근거는 물론 없다.
 
 2019년 8월 13일 오전 DHC테레비의 '도라노몬뉴스'에서 출연자 햐쿠타 나오키(가운데)가 맥주를 따라 마시는 흉내를 내며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조롱하고 있다.
ⓒ DHC테레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그는 이번에 다시 산토리를 공개저격하며 코리안계 탤런트들이 산토리에 기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산토리의 전속모델이라면 이시하라 사토미, 요시타카 유리코, 가와구치 하루나, 다카하시 가츠미, 아야노코지 쇼 등인데 이들은 자이니치(재일)는커녕 '자이니치 인정' 리스트에도 거의 없다.

참고로 '자이니치 인정(在日認定)'은 좀 유명하다 싶으면 별다른 소스나 근거 없이 무조건 재일동포라고 주장하는 행태를 의미하는데, 이에 엮인 대표적 케이스로 '쇼와의 가왕'으로 불리는 미소라 히바리가 있다. 지금도 미소라 히바리가 재일동포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사실상 그 근거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건 과거엔 재일동포들이 이런 리스트를 보면서 우월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오히려 넷우익들이 조금만 유명하다 싶으면 무조건 코리안이라는 레테르를 붙인다는 사실이다.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도 그 희생자이다. 이시하라 사토미가 일본의 인터넷에서 '자이니치 인정'을 받게 된 이유는 그가 창가학회 신도라는 이유뿐이다. 창가학회 신도가 자이니치 인정을 받게 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유는 창가학회를 만든 이케다 다이사쿠가 재일동포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물론 그 의혹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 우익 방송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그들에게 있어 이미 이케다 다이사쿠의 본명은 '성대작'이라는 한국인이다.

조금만 찾아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 그 '조금만 찾아보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창가학회 신도는 재일조선인·재일한국인들이 대부분이고 이시하라 사토미도 당연히 재일일 것이라는 식으로 사고가 확장된다.

DHC 모든 제품은 대체재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 상의 풍문, 풍설을 계속적으로 들으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DHC 채널을 운영하면서 매일 한 시간짜리 '도라노몬 뉴스'를 직접 챙기며 극우 인터넷 논객들의 혐한·혐중 발언 및 댓글을 보는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은 그들의 모든 발언이 사실이라 믿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리까지 출연해 응원까지 해줬고 구독자 수도 1년 만에 30만 명이 늘었다. 확신에 차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와세다 출신의 방송인 평론가는 귀화한 좌익조선인' 같은 멘트가 나올 수 없다. 자신의 명의로 된 글에 "산토리의 광고모델은 거의 전원이 코리안계 일본인"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썼다는 사실이 그가 이미 그러한 정념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DHC가 운영하는, 구독자 77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DHC 텔레비전'은 예전부터 거의 매일같이 혐한·혐중 방송을 하는 채널로 유명했다. 2018년 가을에는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아베 신조가 직접 게스트로 출연해 "아주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DHC TV 화면 캡처
 
1941년생이니 한국 나이로 팔십이다. 자기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도 상품을 사고 안 사고는 개인의 자유의지이니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DHC라는 회사는 "어차피 한국시장 따윈 버려도 된다"고 공공연하게 헤이트스피치를 남발하는 차별주의적 시각으로 가득한 회사라는 사실이다. DHC의 모든 제품은 대체재가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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