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백신 확보는 대통령의 책무다

박현영 2020. 12. 18. 00: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을 때 워싱턴에서 K방역이 관심을 모았다. 싱크탱크들은 북핵과 한·미동맹이라는 단골 소재 대신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을 화상 세미나 주제로 올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문재인 대통령과 첫 통화 후 내놓은 성명에서 보건 협력 논의를 앞세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코로나19 어젠다가 진단검사에서 백신으로 급선회하면서 한국은 잊혔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K방역을 얘기한다는데,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다.

이런 상황은 익히 예견됐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이 백신 계약을 서두를 때 한국에서는 여전히 확진자 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얘기만 들려왔다. 그러다 뜬금없이 문 대통령이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4400만명분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제품과 납품 일자, 물량이 정해진 게 없는데도 말이다.

글로벌아이

미국은 내년 1분기까지 화이자 백신 1억 도스(1회 접종분), 모더나 백신 1억 도스를 공급받는다. 최근 모더나 백신 1억 도스를 추가로 구매해 내년 2분기에 받는다. 공급이 확정된 물량만 3억 도스다. 미국 인구(3억 3000만 명)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억 5000만 명이 내년 상반기까지 접종을 마칠 수 있다.

코로나19 위험을 경시하고, 지지자의 방역 불복종을 부추겨 감염을 확산시키고 사망자를 30만 명에 이르게 한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過)다. 하지만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에 백신을 개발한 ‘초고속 작전’을 세운 건 분명한 공(功)이다. 제약회사 6곳을 선정해 5곳에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백신을 선구매 했다. 백신 개발로 코로나19를 끝내겠다는 정책 목표가 명확했고, 이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했다. 그 중 두 회사가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백신을 확보하는 일은 대통령의 책무다. 관료가 구매 계약을 결정할 일도, 백신이 실패할 경우 져야 할 책임을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미국도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결단이었다.

마스크도 제대로 안 쓰고, 휴지 같은 생필품 사재기로 매대가 텅텅 빈 모습에 비웃음을 샀지만, 결국 이 고통스러운 터널을 빠져나갈 출구는 미국이 먼저 찾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희망이 움트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푸른색 진료복을 입은 의사, 간호사들이 백신 주사를 맞는 장면이 연일 TV에 나온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