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스트리밍 시대의 'LP 시장 성장'이 의미하는 것

박정선 2020. 12. 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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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P 판매량, 전년도 대비 73.1% 증가
MZ세대 뉴트로 열풍, 유행으로 자리잡은 LP

국내 가요 시장은 빠르게 변해왔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LP가 가장 인기 있는 형태의 음반이었던 시기를 지나 카세트 테이프와 CD 등 디지털 형식의 음반이 등장했고, 2000년도에는 음원 시장이 열렸다. 수년 전부터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소장’하는 것이 아닌, 일회성 콘텐츠로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처럼 비춰졌다.


그런데 ‘스트리밍 시대’로 통하는 요즘, 이색적인 분석이 나왔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스트리밍 시대에 LP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가 최근 3년 간 LP 판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LP 판매량이 2019년 대비 73.1% 증가했다. 특히 가요 분야 LP 판매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62.4% 급증하며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고, 발매량도 34종 증가했다.


LP의 부활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나타났지만, 최근 들어 20~30대는 물론 10대로까지 유행이 번지고 있다. 실제로 시내 주요 음반 매장이나 동묘시장, 회현 지하상가에서는 LP를 고르는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예스24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가요 LP의 주요 구매층은 MZ 세대인 20대와 30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30대가 31.7%로 20대 보다 약 10%포인트 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최근 MZ 세대에 불어온 뉴트로 열풍의 영향이 크다. MZ세대에게 LP 플레이어는 감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고, 과거의 LP 바를 콘셉트로 한 카페나 술집도 이들에게 인기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직접 구매한 LP 사진을 올리거나, LP를 활용해 복고풍으로 꾸민 공간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가요계도 적극 LP발매에 나섰다. 가수 백예린, 크러쉬, 이적, 김동률, 임현식(비투비), 김재환 등이 새 음반을 선보이면서 LP도 함께 발매했고 이소라, 김윤아, 유앤미블루의 지난 명반들도 LP 버전으로 다시 제작됐다. 이들 LP들은 대부분 한정판으로 발매되며, 이에 따라 예약 판매 당일 완판 되는 일도 흔하다.


ⓒ예스24

가수 신승훈이 30주년 기념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를 발표하며 LP 음반 1000장을 한정판으로 제작하자 예약 주문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9월 21일 예약 판매한 이소라의 6집 앨범 ‘눈썹달’ LP도 오픈 1분 만에 3000장이 매진됐다. 김동률도 지난달 25일 라이브 앨범 LP ‘KIMDONGRYUL LIVE 2019 오래된 노래’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을 기록했다.


예스24 최하나 아티스트사업팀 LP 담당 MD는 “매년 꾸준히 성장 중인 국내 LP 시장에서 올해는 가요 LP 음반의 신장세가 돋보였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라 기존 매체들이 퇴조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MZ 세대의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LP 음반 판매량이 성장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20~30대 팬덤을 가진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음반 발매를 준비하고 있어 만큼 향후 LP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P의 성장이 모두에게 반가운 건 아니다.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악용하는 부정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물론 희귀하고 오래된 상품에 고가의 리셀 밸류가 형성되고,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LP가 배송되기도 전에 재판매를 하는 건 분명히 구분 지어야 한다.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LP를 구매하는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매된 김동률, 이소라, 백예린 등의 LP는 예약 판매가 종료됨과 동시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 적게는 2배, 많게는 수십배의 웃돈이 얹어진 채 재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리셀 시장을 바라보는 팬들은 물론, 가수와 소속사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리셀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선주문제작’ 방식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률도 리셀링 현상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숙고 끝에 LP 추가 제작을 결심했다. 그러면서 김동률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판매는 선구매 방식으로 미리 주문 수량을 받고 여유 있게 제작할까 한다”면서 “배송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하지만, 정말로 소장하시길 원하는 팬들에겐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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