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번호이동하면 플스4·다이슨" '고가 경품'에 연말 통신시장 혼란

조슬기나 2020. 12.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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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닌텐도 스위치, 다이슨 무선청소기, 스마트TV, 미니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신혼부부의 혼수 목록이 아니다. 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하며 KT로 통신사 번호이동을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경품 목록이다.

갤럭시 노트20 등 신형 플래그십 출시를 계기로 또다시 통신사 유통망의 고가 경품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불법보조금'을 틀어막자 이번엔 수십만원대 경품을 앞세운 불법 행위가 활개를 치며 시장 혼란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주말 등 특정 시간대에 잠깐씩 공지하는 '게릴라' 방식이라 방송통신위원회 단속도 교묘히 피하고 있다.

◆번호이동 시 고가 경품 논란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유통업체들은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몰 등을 통해 갤럭시 노트20를 구매하며 KT로 번호이동을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등 고가의 경품을 지급,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확인된 경품 목록에는 시중 판매가격 30만원이 넘는 플레이스테이션4ㆍ닌텐도 스위치뿐 아니라 20만원대인 애플워치3ㆍ에어팟프로 등 고가의 물품들이 포함돼있다. 또 다른 경품인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판매가격은 43만원, 나노휠 전동킥보드의 판매가격은 30만~37만원에 달한다.

이들 유통망에서는 가족 또는 2인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경우 이들 경품을 지급하고 있다. 1인 구매 시에는 가입자에게 추가금을 요구한다. 사실상 가족ㆍ지인을 대상으로 추가 번호이동을 유인하는 전략이다.

KT 공식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소개한 유통업체들은 지난달 말에도 아이폰12 미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이 같은 경품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아이폰12 미니를 구입한 한 가입자는 "가족과 KT로 번호이동하는 조건으로 플레이스테이션4를 경품으로 받았다"며 "과대광고인가 고민했지만 KT 온라인 공식 쇼핑몰이라고 해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게릴라식 공지에 단속 어려워

문제는 이처럼 과도한 경품행사가 결국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관계자는 "이통사 공식 타이틀을 건 온라인 유통망에서 갤럭시 노트20, 아이폰12 등 기종을 오가며 게릴라식으로 대규모 경품행사가 공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KT뿐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판매ㆍ대리점 또한 경품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KT의 경우 통신사의 관리 관할 영역인 대리점에서 진행 중인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별개의 판매점에서 사전승인을 받아 올린 행사가 대부분이라는 차이가 있다.

특히 KT의 경우 현재 갤럭시 노트20 고의 개통지연 혐의로 방통위의 사실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라 향후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사실조사 기간 중에도 가입자 확보를 위해 교묘히 단속을 피해 과다 경품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단말기 유통법에는 이동통신사가 대리점으로 하여금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차별적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행위가 금지돼있다. 방통위는 액정보호필름, 폰케이스 등 3만원 이내에서만 경품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유통망에서 가입자에게 고가 경품을 지급하며 차액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장광고에 해당할 우려가 있어서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방통위 단속을 피해 게릴라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국의 대응은 쉽지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타 재원이 아닌 통신사 재원으로, 추첨이 아닌 모두에게 지급되는 방식으로 경품이 제공된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며 "시장을 살펴보고 문제가 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방통위의 적극적 행정으로 잠잠하나 했던 불법보조금, 과다 경품 논란은 최근 연말 대목을 맞아 우회적 방식으로 심화하고 있다. 각 사별로 5G 가입자 수 목표 달성을 위한 압박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에 대해 KT는 "KT 공식 온라인몰 입점 업체이지만 별도의 사이트"라며 "현재 공식 몰에서는 이 같은 단통법 위반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KT는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통신3사 중 번호이동 경쟁에서 20개월 연속 3위에 머물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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