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세상을 구한 '백신 부부' 이야기

2020. 12.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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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는 유례 없는 희생을 치렀지만 패배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의 무명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이야기는 1990년대 독일의 시골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곧 이것이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바이오엔테크의 초점을 바이러스 백신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백신 부부'는 세계를 구한 영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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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국제부장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는 유례 없는 희생을 치렀지만 패배하지는 않았다. 결국 백신을 손에 쥐었다.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여름일지 겨울일지 모르지만 내년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이 암울한 해의 끝자락에 선물처럼 도착했다.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의 무명 생명공학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이야기는 1990년대 독일의 시골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홈부르크 소재 자를란트대학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던 두 남녀, 우구르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가 30년 후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터키계 이민자들의 자식이었다. 1965년생인 사힌은 네 살 때 독일로 건너왔다. 아버지는 포드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튀레지의 아버지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이주해 가톨릭병원 외과의사로 근무했다.

칼럼니스트 안나 사우어브레이는 2일자 뉴욕타임스를 통해 독일이 이민자를 차별해온 역사 속에서 사힌과 튀레지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며 “독일의 성공이 이 나라를 고향이라고 부르게 된 이민자들과 뗄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암 환자 치료 방법이 충분치 않다는 사실에 함께 절망했고, 화학요법이 통하지 않는 암 환자를 위한 면역 치료법 연구에 매달렸다. 연구 결과를 제품으로 전환시키고자 했지만 어느 제약회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2001년 가니메드제약을 설립했다. 2002년 어느 날 두 사람은 점심시간에 등기소로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2008년엔 암 면역 요법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엔테크를 창업했다.

튀레지는 2017년 유럽의 한 생명공학 분야 잡지에서 연구와 창업에 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우리가 시작했을 때 암 면역 요법은 제약계에서 인정되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고수했고, 몇 년 후 공이 땅을 치고 튀어오르는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비전에 충실하십시오. 그것이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배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10대 딸과 마인츠의 아파트에 살며 자전거로 회사를 오가는 부부는 지난 1월 말 아침식사 중 의학저널에 실린 중국의 신기한 바이러스 유행병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곧 이것이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바이오엔테크의 초점을 바이러스 백신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사힌은 중국 학자들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사용해 자신의 컴퓨터에서 10개의 백신 후보 물질을 디자인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개발 과정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 사힌은 1월에 단 며칠 만에 백신을 설계했다. 백신 임상시험과 제조, 유통 등을 위해 2월에 화이자와 접촉했고, 3월에 두 회사는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임상시험이 시작된 건 4월. 그리고 11월 9일 그들의 백신이 95% 이상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 부부’는 세계를 구한 영웅이 됐다. 사힌은 세계 500대 부자에 진입했다. 하지만 사힌은 최근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TV를 사지 않을 것이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생활에 계속 집중하고 싶습니다. 나는 중산층이며, 평범한 중산층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그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사힌은 백신 개발로 번 모든 돈은 연구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암 치료제를 만들겠다는 30년 전 그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김남중 국제부장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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