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차 사고 후 발목 아픈데, 딱 맞는 병원 어떻게 찾지?
고혈압·암 등 18개 선택 지원
유일 공적 서비스, 질환 적어 한계
"의사 선택 돕게 대폭 강화해야"
본인이나 가족이 병에 걸리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막막하다. 어느 의사가 잘 보는지, 비싸지는 않은지, 언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지만 정리가 잘 안 된 정보가 넘친다. 헤매다 안 되면 주변에 물어본다. 친인척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있으면 염치불구하고 물어본다. 병원 찾기는 깜깜이와 다름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 분야 활동 범위가 매우 넓다. 그에게 물었다.
Q : 병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A : “엊그제 친척이 갑자기 잘 걷지 못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어왔다. 정형외과 아는 의사도 없고, 그래서 고민하다 결국 인터넷 검색을 추천했다. 인터넷에는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의사만 나오는 한계가 있다.”
Q : 적합한 병원을 못 찾으면.
A : “지역의 큰 병원으로 가거나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간다. 거기 가면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큰 병원은 오래 기다려야 하고, 상대적으로 진료비가 비쌀 수도 있다.”
중병에 걸리면 67.8%가 환자나 가족이 직접 선택한다. 동네의원 추천으로 선택하는 사람은 21.4%에 불과하다(서울대병원, 대국민인식조사). 한국은 연간 외래진료 방문횟수가 17회에 달할 정도로 의료 이용이 많다. 그만큼 데이터가 많다. 안 대표는 “의료 관련 데이터가 넘치는 데도 병원 선택을 돕는 장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나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회사원 이모(48·서울 강남구)씨는 지난 2월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수술을 받고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달 날씨가 쌀쌀해지자 발목이 욱신거리는 등 증세가 심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많은 대형병원 가기가 꺼려진다. 월 2~3회 병원에 가야 할 건데, 집에서 너무 멀어도 곤란하다. 집 근처 아파트 상가 정형외과를 가려다 경력이 관절 치료에 적합하지 않아서 포기했다. 집 근처나 출퇴근 길에 있는 전문병원을 떠올렸다. 지인 소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사이트를 알게 됐다. 거기서 관절전문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예약했다. 이씨는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출퇴근 길에 있어서 편하고,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관절 전문병원이다. 복지부가 3년마다 관절·척추·이비인후과·뇌혈관 등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의 의료의 질 등 7개 항목을 평가해 지정한다. 107개가 있다.
심평원의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는 8월 시작했지만 아직 활용도가 낮다. 홈페이지에서 ‘의료정보→지역의료정보→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순으로 들어가면 된다. 여기서 거주지를 선택하고 검색하면 18개 질환을 잘 보는 우수 병원을 찾을 수 있다. 관절·척추·안과·폐렴·혈액투석·천식 같은 질환을 잘 보는 데가 나온다.
가령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고혈압 환자라면 세 곳의 동네의원이 나온다. 이 중 한 곳은 3회 연속 ‘양호’ 평가를 받았다고 돼 있다. 심평원은 고혈압약 처방일수 비율이 80% 넘는지, 동일성분 중복 처방이 낮은지 등을 따져 ‘양호’ 평가를 한다. 당뇨병도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게 유도하는지, 약물 처방일수 비율이 높은지 등을 따져 평가한다.
암 같은 중병 평가도 참고할만하다. 부산 서구 거주자가 위암 수술 잘하는 데를 찾으면 고신대 복음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대병원이 나온다. 셋 다 3회 연속 1등급 평가를 받았다고 나온다. 위암 말고도 대장·유방·폐암 수술 잘하는 데를 알려준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고 싶을 때 같은 방식으로 검색하면 1등급 받은 데를 알려준다. 난임시술병원·재활병원·전문병원도 찾을 수 있다. 중소병원급 이상은 건강보험이 안 되는 1인실 병실료 최저, 최고액을 볼 수 있다.
암 수술 잘하는 데는 비수도권 환자에게 유용하다. 전남 화순 전남대병원은 비수도권에서 유명한 암 치료병원이다. 교통이 좋지 않은 데도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배경에는 심평원의 암 수술 평가가 있다. 이 병원 서상우 팀장은 “우리 병원 환자의 70%가 광주·전남 거주자이다. 지역 환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KTX 개통 이후에도 환자가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도권에서 소문 듣고 온다”고 말한다. 서 팀장은 “심평원과 복지부의 질 평가, 환자 경험 평가에서 항상 톱에 들었고 이런 게 쌓여 환자가 우리 병원을 선택한다”며 “무등산 국립공원을 5분 거리에 두고 있어 환경이 좋다”고 말했다.
환자의 병원 찾기는 심평원 서비스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서비스도 질환이 많지 않은 한계를 갖고 있다. 안기종 대표는 “환자가 큰 병원,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병원이나 의사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며 “심평원의 병원 찾기 서비스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대표는 “진료의 적정성 평가, 환자 경험 평가, 간호등급, 의료기관 인증 평가 등의 정보를 조합해 최소한 갈 만한 병원만이라도 추려줘야 한다”며 “이런 서비스의 최종 목표는 의료기관보다 의사 선택을 돕는 것이다. 법령을 보완해서라도 이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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